문공부는 25일자로 전국에 배포돼 있는 김영삼 전(前)대통령 사진 4만5천장을 모두 철거, 소각할것을 지시했다 한다. 집권 초기의 찌를듯하던 인기는 간곳없고 실정(失政)으로 이반된 민심이 '존영'을 오훼할까 두려워 전례없이 태워버릴 것을 지시했다니 이야말로 권불10년(權不十年)이요 권력무상이라 할만하다.
권력은 그것을 갖고 휘두를 때는 천하의 재사가 앞다투어 교언영색을 보이지만 막상 실세(失勢)때는 문전에 개미 한마리 얼씬 않는게 그 속성인 것이다. 때문에 현명한 지도자는 권력의 절정기에이미 퇴임의 조락을 짐작하며 이해관계나 정실에 얽히기보단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기를 바라는 법이다.
5년전 '역사속에 남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그 기개는 간데없이 회한과 좌절속에 상도동으로 돌아가는 YS와 그 측근의 모습이야말로 바로 무의미한 권력놀음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우쳐주는 본보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절대권력도 언젠가는 무너진다. 그것은 '열흘 붉은 꽃이 없고 달도 차면 기운다'는 평범한 속언과 일맥상통한다고 볼수 있다.
만약 YS가 취임 당시 이 평범한 진실에 가슴을 열고 백성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였다면 아마 지금의 좌절은 건너 뛰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어젯날로 권좌의 정상에 오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께 얽히고설킨 통치술로 권도(權道)를 내세우기전에 먼저 '한 점 부끄럼없이 다스리고 당당하게 퇴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부터 깊이 생각하며 국정을 살펴줄 것을 부탁드리는 것이다. 후광(後廣·김대통령 아호)은 원래 '백성이 바로 하늘'(人乃天)이라는 신조를 좌우명으로 살아왔다.
그는 이제 자신의 신념대로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들의 가녀린 한숨 소리에 귀 기울이며 40년정치 경륜을 펼칠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런만큼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설득을 통한 타협'이란 민주적 방식으로 국난속의 이 나라를 이끌어주기 기대한다. 우리는 과거 몇년동안 YS의 독선과 아집속에 이 나라가 이상하게 뒤틀리는 광경을 생생하게 체험한바 있다.
상해(上海) 임시정부의 법통을 바로 이어받은 정부임을 강변하는 독선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개혁과 사정(司正)을 앞세워 민주정치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 부패를 척결한 것이 아니라 정적(政敵)을갈아치우고 제 사람 자리 만들어주기로 일관하는 형편이었으니 그 결과야 뻔한 것 아닐까.아무리 좋은 국정 지표가 있더라도 의사 결정과정이 열려 있지 않고 측근 인사나 가신들에 지나치게 편향됐을 경우 국익에 도움은 커녕 그 독선으로 말미암아 미움의 대상이 될수 있음을 새정부 여러분께 새삼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다.
지금 나라안이 IMF 한파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다. 많은 근로자들이 정리해고의 칼날 아래 비명한번 지르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다. 그런데도 고통분담 대열에 앞장서야할 공무원의 감원은 눈 가리고 아웅 격이요 정치권 구조조정은 아예 외면한 꼴이니 이래서는 안된다.
진정 백성을 아끼고 나라를 걱정한다면 국민들에 고통분담을 호소하기 이전에 강도 높게 스스로를 다스리는 수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믿어진다. 그렇게해야 국민 신뢰가 쌓이고 지도력에 힘이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도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곳곳에서 슬그머니 불쌍한 백성들만 고통을 전담시키는 꼴로 흐르는 조짐이 벌써 보이고 있으니 어쩐지 걱정스럽다.
권력의 칼날은 잘 사용하면 사람을 살려내는 활검(活劒)이 되지만 자칫 함부로 휘두르면 살검(殺劒)이 되는 것이기에 치자(治者)로서 항상 신중하고 엄정할 것을 부탁 드린다. 취임초부터 한점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퇴임하겠다는 평상심과, 독선과 아집을 버린 열린 마음으로 국정을 보살펴주신다면 새 정부 국정지표의 제1의인 '국민대화합'의 장이 열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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