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印尼 '고정환율제'에 끈질긴 미련

인도네시아가 고정환율제 실시를 놓고 세계와 힘겨운 씨름을 하고있다.

금융위기에 처한 대부분의 아시아국가들이 IMF처방을 '울며겨자먹기'로 따르고있는데 반해 유독인도네시아는 이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폭락하는 루피아화를 감당할수없어 고정환율제 실시를 위한 통화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세계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물가앙등으로 유혈사태로까지 발전하고있는 국내소요를 진정하기위한 수하르토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였으나 서방경제계의 반응은 차가왔다. IMF는 당장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서방선진7개국(G7)은 "고정환율제는 인도네시아를 더욱 수렁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이같은 외압에 못이겨 통화위원회 설치를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는 24일자릴 사비린 신임 중앙은행 총재가 "고정환율제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완전 포기한것이 아니라는 여운을 남겼다. 또 지난23일에는 마리 무하마드 재무장관은 "고정환율제 실시여부는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있으며 언제 실시할지는 모른다"고 해 외압에 전면 굴복한 것이 아님을분명히했다.

고정환율제 실시에 대폭 힘을 실어준 인물은 스티브 행크. 미국 존 홉킨스대 교수로 수하르토의경제고문인 그는 "인도네시아가 향후 4개월안에 루피아환율을 미국달러에 고정시키지 못할경우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기 때문. 가뜩이나 'IMF무용론'이 제기되고있는 마당에 행크교수의 발언은 수하르토의 귀를 솔깃하게 한것은 사실. 그러나 그는 세계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자유경쟁을 무시한 터무니 없는 조언"이라는 비난을 받고있다.

여기에 부통령으로 지명된 하비비도 한몫 거들고있다. 그는 IMF에 위배되는 고비용, 첨단기술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경제국수주의자'로 수하르토의 고정환율제 실시를 적극 밀고있는 인물. 수하르토는 지난 16일 고정환율제 도입을 반대하는 중앙은행총재를 해임시킬 정도로 이 정책에 강한애착을 갖고있다.

인접국가들의 지원도 만만찮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독립국가인 인도네시아가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데 국제사회에서 이를 저지해서는 안된다"고 수하르토를 지지하고 나섰다.필리핀도 여기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자 IMF는 최근 필리핀의 페소화 환율변동폭 제한을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등 선수를 치고있다.

수하르토가 고정환율제 실시 여부를 명확히 결정짓지 못하고있는것은 오는 3월1일부터 11일까지실시되는 국민협의회 총회 때문이다. 이기간중 1천명의 선거인단이 수하르토를 7선대통령으로 선출하기로 돼있어 사전에 말썽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저의가 깔려있다. 어쨌든 2중 3중의 난관을 극복하기위한 수하르토의 몸부림은 다른 아시아국가에게 '타산지석'이 될것이다.〈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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