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나뭇가지. 갓 망울을 터뜨린 목련. 설렘과 호기심에 가득찬 신입생. 대학 캠퍼스에 어김없이 봄이 왔다.
그러나 예년의 봄 캠퍼스와 다르다. IMF 겨울공화국.
대학의 '겨울'은 등록금 납부 때부터 제모습을 드러냈다. 영남대 경우 지난달말 제때 등록한 학생은 전체의 74%로 97학년도 보다 무려 12%나 줄었다. 이달 4일 추가등록 결과 등록률은 99.2%로가까스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나흘동안 등록금 마련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 결과다.
돈 마를 날 없던 학생들의 호주머니도 비기 시작했다. 호주머니 사정은 당장 학생들의 식생활을바꿨다.
"하루 세끼 식사를 모두 학교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음식 값이 바깥의30% 밖에 안되거든요" 대구효성가톨릭대 직원 김완조씨(56)의 설명이다.
캠퍼스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극심한 취업난. 경북대 김대규 취업담당연구사는 "지난해취업이 어려웠다고 말하지만 앞으로 2년 동안이 더 걱정"이라며 '취업 공황'을 점쳤다.학생들의 생각도 별로 다르지 않다. 복학생에서 갓 캠퍼스에 발 디딘 신입생까지 '취업'에 대한불안감이 가득하다.
덩달아 대학도서관 풍경도 살풍경이다. 고학년이나 복학생이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가득 메우고있고 취업 못한 졸업생과 정리해고 당한 고참 선배까지 자리경쟁에 가세했다.
경북대 도서관에서 만난 김모군(23·경북대 무역학과 4)은 "공사에 들어가려 마음 먹었는데 취업전망이 불투명해 다음 학기쯤 휴학, 시간을 벌 계획"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좌 선택이 실용화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 컴퓨터와 어학강좌는 학생들이 떼지어 몰리는반면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인문사회과학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 나고 있다. 경북대 교양과목중 '논리와 비판적 사고' 및 '철학의 이해'등 4강좌 가운데 2강좌는 수강신청자가 정원의 30~50% 수준에 머물렀다.
실용주의 경향은 동아리 선택에도 나타난다.
"어떻게 신입생 회원을 모집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취업에 도움이 되거나 아예 재미있게 놀 수있는 동아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너무나 뚜렸하거든요" 이념 동아리 회원의 푸념이다.사회의 위기가 대학까지 주눅들게 만드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시각장애인을 돕는 녹음봉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원경씨(계명대 통상학부)는 "대학 생활이 힘들고 어려워질수록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얼굴에 그늘을 지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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