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남북대화' 서둘지 말라

우리가 걱정해온 바대로 새정부의 대북관계에 임하는 자세가 서툴다. 지금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4자회담 2차본회담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곳에서 나오는 북측의 말한마디에 일희일비해선 안된다는 점은 협상의 기본일뿐만 아니라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북측의 대표도 아닌 중간간부급이 회담에 임하는 우리측의 전략을 떠 볼 심산으로 던진 한마디에 대통령까지 농락당한듯한 해프닝은 정말 어처구니 없다.

북한측 차석대표가 '남북회담개최 용의'를 표명했다며 현지에 있던 우리측 대표단이 외교통상부장관에게 긴급 보고하고, 장관은 국무회의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대통령은 즉각 '정상회담 용의'까지 포함하는 논평을 한 것이다. 그런데 북측의 발설자는 그런말을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고,우리측도 없었던 일로 발표하고 만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제네바 현지의 보고자부터 엉터리다. 북측 간부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파악하고 보고해야 하는데, 첩보수준의 내용을 긴급 보고한 것은 외교가의 기초도 모른 행위로볼 수밖에 없다. 보고를 받은 장관은 다선(多選)의원을 거친 외무통(外務通)으로 알려진 인사인데,북측 발언자의 지위와 진의를 파악한 후 다시 보고토록 훈령했어야 옳았다. 대통령도 국무회의보고사항이라하더라도 '남북정상회담 개최 용의'까지 표명하는 즉각적인 논평을 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현지의 첫단추부터 끝까지 북측의 일언(一言)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아 수치스럽다.

외교통상부도 주요내용을 보고 받았으면 통일부·안기부등 유관기관과도 깊은 논의를 거쳤어야했다. 다른 유관기관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거나 첩보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었는데 외교통상부만뜀박질 한 꼴이 되었다면, 더욱 웃음거리였다. 여기서 다시한번 부처 이기주의를 보게 된다. 과거정권이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잃어 국민을 실망시킨것도 부처 이기주의와 한건주의의 폐단 때문이었다.

지금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4자회담 2차본회담은 예측대로 순항(巡航)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첫날부터 좌석배치를 놓고 북측이 트집을 잡아 시간을 낭비하더니 이제 가까스로 '분과위 구성'엔합의하면서도 또다른 핑계를 대고있다. 처음부터 괄목할 진전을 기대않은 이유는 북측의 전술·전략이 얼마나 교묘하고 때로는 이해불능의 궤변을 늘어놓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모든 외교협상이 그러하지만 특히 남북문제만은 인내심과 확고한 원칙·전략에 입각해 치밀하게전개해 나가야 될줄로 안다. 남북문제는 결코 서둘러서 풀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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