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권씨 구속으로 끝날 문젠가

권영해 전안기부장을 구속하는 선에서 북풍수사가 마무리 되는듯한 분위기는 의혹만 더 할 뿐이다. 중간수사결과 권 전안기부장은 대선당시 김대중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재미교포에게 돈을주고 김후보비방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도록 주도한 혐의를 받고있다. 북풍수사중 막판에 와서 대북(對北)커넥션이 담긴 비밀문건을 공개토록 한 장본인도 권씨라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전(前)안기부 최고책임자를 구속함으로써 사실상 수사종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은 검찰의 자체판단이라기 보다는 여권(與圈)의 주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여당으로서는이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경제회생에 매달리겠다는 명분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서둘러 이사건을 봉합할 수 없는 지경에 와있음은 국민모두가 느끼고 있다. 말하자면 정보중추기관의 비밀문건이 유출 된 경위와 문건의 내용전체가 공개되지 않았고, 이 문건과 관련, 알려진바대로 여야 정치권전체가 대북연계 고리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면, 이 부분에대한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국회정보위소속 의원들이 문건을 열람 한후 '첩보수준'이라느니, '증권가의 루머'정도의 내용이라는등의 말을 흘려 정치권과는 무관한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것은 유감이다. 이미 지적한바대로 국가기밀(機密)은 끝까지 기밀로 남아있어야 하는게 원칙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제하고 있는 정부·여당쪽에서 사건자체를 축소하려는 듯한 의도를 내비치는 인상을 풍기고 있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상당부분 외부에 흘러나온 내용중 문건에서 거명하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에는 여당인사가 더 많다는 점이 정부·여당으로 하여금 이 문제를 조기수습하도록 했다면 더더욱 설득력이 없다.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문건의 변조여부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변조된 내용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변조인지 밝혀져야한다. 우리는 북풍수사가 정치적 의도에 좌우돼서는 안되며, 오로지 실체적 진실 규명과 이에 따른 파장의 최소화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문건공개에 따라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이 사건을 적당히 마무리 하기에는 때가 늦었다고보는 것이다.

외신보도에 의하면 지금 북한은 남쪽에서 이중첩자의 신분까지 노출되는 국면까지 오게되자 그들대로 '남풍'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즉 남북대치상황에서 첩자를 이용한 비정상 대화의 창구마저 폐쇄되는데 따른 자체 문책 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국익을 위한 첩보전이 치열한 가운데, 한반도서만 엉뚱하게 공작(工作)문제로 열병을 앓고있는 것은 국제적으로도웃음거리다. 이번 사건을 안기부개혁의 다시없는 기회로 활용하는 용기와 지혜를 정치권이 발휘해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