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라마속 아버지들 부권회복 선언

IMF한파로 이 시대 가장들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요즘 TV드라마들이 그나마 아버지들의 어깨를 다독거려주고 있다. 이 드라마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검 정신을 몸에 익히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가장들의 모습을 제시, '부권'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드라마에 나타난 대표적인 아버지상은 어려운 시절의 시련을 생활의 미덕으로 감내하며 살아온아버지이다. 이런 유형은 KBS 1TV 일일극 '살다보면'의 주현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주현이 맡은 최복만(64)은 우리 현대사의 깊은 상처를 남긴 한국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점에서 60대 가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당시 혈혈단신 배고픔과 추위를 이겨낸 끝에 자수성가하는 등 우리시대 아버지들의 굴곡많은 인생역정을 그려낸다.

SBS 일일극 '서울탱고'의 조평달(김무생) 역시 근검정신을 무기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는 2세 연하의 숙부 가족을 한 집안에서 깍듯이 모시며 스스로 가부장제의 규범을 철저히 지키는 인물이다. 조평달은 한편으로 가부장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한없이 따뜻한애정을 표현함으로써 완벽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MBC 일일극 '보고 또 보고'의 이순재와 정욱은 앞의 두 인물과 같이 현실을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요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부실한 출판사를 경영하는 정사장(정욱)은 하는 일마다 실패해 아내에게 기죽어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한 여류인사의 수필집을 발간,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실직자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주는 역할을 한다. 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는 몰락한 아버지의 부활을 가장 뚜렷하게 부각시킨 드라마. 첩을 뒀다는 이유로 장남에게 신뢰를 잃은 뱃사람 박재천(최불암)은 장남이 우여곡절끝에 어렵게 결혼하고, 자식들이 고향을떠나 객지로 흩어지면서 가장으로서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의 뿌리인 바다를등지면서까지 자식들을 끌어모은 그는 낯선 도시에서 둥지를 틀고 가장의 권위를 하나씩 회복해간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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