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거리던 교실이 조용해지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담임 선생님 뒤에는 웬 낯선 아이하나가 뒤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과 같이 우리반에서 공부할 친구를 소개하겠다. 새로 전학 온 친구니까 잘해 주도록"
전학 온 아이는 모든게 낯설기만 하였습니다. 우선은 반 아이들하고 친하고 싶은데 이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쉬는 시간이 되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옳지, 아이들의 특징을 적어두는거야. 그리고 그걸 가지고 아이들 이름을 외우는 거야'전학 온 아이는 수첩을 꺼내어 아이들의 이름을 짝에게 묻고 그 옆에다 그 아이들의 특징을 눈에보이는대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순희-고무줄 놀이를 하는 아이'
'영교-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
'용철-안경을 끼고 있는 아이'
'명숙-머리를 길게 땋은 아이'
이렇게 반 아이들의 이름과 그 특징들을 조목조목 적은 아이는 집에 돌아가서 열심히 이름과 특징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내가 먼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친하게 지내야지. 그러면 아이들도 금방 나를좋아할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전학 온 아이는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 보려고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아무리 봐도 아이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수첩을 꺼내어 보니, 거기 적혀 있는 특징대로 해온 아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무줄 놀이를 하는 아이,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도 없었고 안경을 끼고 있는 아이는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었거든요. 그리고 머리가 긴 아이는 여럿인데 땋은 아이는 없었거든요.
'너무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이름을 외웠는데 이렇게 모두 나를 골탕먹이다니, 어떻게 이럴수가있어?'
전학온 아이는 책상에 엎드려 울고 말았습니다.
전학 온 아이는 자기가 뭘 실수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정말 자기를 골탕먹인것일까요? 아닙니다. 자기가 적은 친구들의 특징은 어디까지나 그 때에만 나타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서 전학 온 아이는 상대적인 판단을 하고서 절대적인 판단을 했다고 믿은 것이지요.
고무줄 놀이를 하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등의 특징들은 그 때에만 나타난 일시적인 행동과 특징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학 온 아이는 그 특징들을 수첩에다 기록하며 그것이 그 아이들이 항상 하는 행동이라고 착각한 것입니다.
'영희-고무줄 놀이를 하는 아이'는 그 때에는 맞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영희가 언제나 고무줄 놀이를 하는 것은 아니죠. 이렇게 상대적인 판단은 어떤 상황에서만 옳은 경우의 판단입니다. 이에반해서 절대적인 판단은 항상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판단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구는 둥글다''우리나라에서 여름은 날씨가 덥고 겨울은 날씨가 춥다'등의 판단은 언제 어디서나 옳은 절대적인판단인 것이죠. 만일 전학을 온 친구가 반 아이들의 이름과 특징을 적으면서, 언제 어디서나 옳은 절대적인 판단을 특징으로 적었다면 반 아이들의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경우에서나 옳은 절대적인 판단과 어떤 경우에서만 옳을 수 있는 상대적인 판단을잘 구분하여 사용하세요.
글:양인렬(에이스 논술 연구원)
그림:정선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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