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보선 취재기자 방담

4·2 재·보궐선거가 2일 16일간의 선거운동을 마감했다. 이번 재·보선의 전반적인 선거행태및뒷얘기등을 일선에서 뛴 정치부 기자들의 방담으로 엮어봤다.

-먼저 이번 재·보선의 의미부터 한번 짚고 넘어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이번 재·보선은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인데다 호남지역 중심으로 정권이 넘어간뒤 대구·경북지역 3곳과 부산 서구 1곳등 공교롭게도 영남권에서만 치러지는 선거란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선거결과가 망국병이라는 영·호남지역감정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엿볼수도 있겠지요. 또 정계개편등 그러잖아도 유동성이 큰 정치권과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도지대한 영향을 줄것입니다.

▲국민회의는 대구 달성등에서 승리하면 영남에 첫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차원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초기 개혁에 대한 전국적인 지지로 선전할 호재가 될 것이고 자민련은 경북 지역 두곳 재보선을 석권, 한나라당이 지닌 이곳 패권을 찾아오겠다고 별렀습니다. 이에반해 한나라당으로서는 수성(守城)에 안간힘을 다한 선거였고요.-이번 선거도 인신비방, 소지역주의및 영호남지역감정 자극등 종전 선거폐습들이 그대로 되풀이 됐다는 것이 중론인데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일부 지역에서 불법 향응제공등 잡음이 일기도 했습니다만 대다수 출마자들이 돈가뭄에 시달렸고이때문인지 '돈선거'일색만은 아니었다는 평가인데요.

▲아무래도 여당의 선거 자금줄이던 기업들이 IMF탓에 종전처럼 돈을 내놓지 않으니까 그랬을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러다 보니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제약으로 쓸수 없는 야당후보의 경우는 더 말할것도 없겠지요.

▲우연히 한 후보측이 합동유세에 사람을 동원하면서 '5천원 주겠다'고 하는 소리를 직접 들었어요. 재·보궐선거의 경우엔 여야가 총력을 경주하기 마련이고 이때문에 사실 공천을 받으면 자금걱정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특히 여당후보로 공천받으면 '미제(美製) 지갑 주웠다'는우스갯 말도 있을 정도인데요. 어쨌든 IMF가 선거문화에도 적지않게 거품을 뺀 것 같아요.▲한 지역에선 운동원 일당으로 3만~4만원 정도를 주는 것 같았어요. 5만원이 공식가였다는 지난총선과 비교하면 상당히 싸진 셈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가는 돈도 적지않아서 후보들마다 법정선거비용 제한액을 준수한 경우는 드물것이란게 주변의 시각이지요.

▲특히 전국적 화제를 모은 달성보선은 지역특성상 금권선거 가능성이 높았는데 조직폭력배니 선거운동원 가스총보유등 살벌한 표현들도 나오기는 했지만 당초 우려한 만큼은 아니었다는 평가예요.

-이번 재, 보선에선 특히 후보들간 지역 명망가와 조직 끌어들이기 현상이 심했고 또 상대후보의천적이라할 인사들을 동원해 대응하는 현상도 두드러졌어요.

▲한나라당이 엄삼탁후보에 대응해 슬롯머신 수사검사 출신인 홍준표의원을 지원연사로 내세우는가 하면 이에 질세라 엄후보측도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의 사위인 한병기 전캐나다대사를 내세워 박근혜후보측을 자극했지요. 코미디같으면서도 서글픈 우리네 선거판이란 느낌이 들었어요.▲의성에선 과거 대구 수성갑 보선에서 맞붙어 정창화후보를 물리친적이 있는 박철언의원의 부인현경자씨를 김상윤후보 지원연사로 내세워 정후보의 속을 끓게 했지요. 박태준총재가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박의원에게 세번이나 전화를 걸었다는 후문이고요.

▲각 선거구마다 이전(以前) 의원등의 지원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지요. 문경-예천지역에선 황병태, 이승무, 반형식전의원등의 지원을 업으려 후보마다 애썼어요. 이런 가운데 문경시장과 시의원들의 자민련 입당등을 비롯, 지역유지들의 어지러운 줄서기행태가 재연됐어요.▲달성에선 구자춘전의원의 미망인인 추시경여사 끌어안기에도 후보측이 혈안이 됐었지요. 달성지역에선 처신이 어려운 이들이 중립을 표방하거나 혹은 그 아랫사람들이 상대 후보진영 지원 움직임등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때문에 이 지역에서 '당선되면 손 볼 지역인사 3인'운운하는 소문도나돌았습니다.

▲의성에서도 김화남전의원과 우명규전경북지사등의 지원을 업으려 후보들마다 노력했지요. 특히이곳에선 후보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선거철 18번 구호가 되풀이됐어요. 74세로 고령인 신진욱후보가 '고향에서 봉사할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는가 하면 정창화후보도 정치적 재기의마지막 기회란점을 의식해서인지 읍소작전을 펼쳤지요. 또 이곳에서는 돈살포등 불법선거로 당선되더라도 임기 2년의 반토막 국회의원이어서 선거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임기를 마치게된다는 '탁견'이 한 후보진영에서 제기되기도 해 아연케하기도 했어요.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없이 청중동원에 효과적 수단으로 연예인 동원이 빈번했는데요. 특히 달성지역이 두드러졌어요.

▲두 후보 다 예외는 아닙니다만 특히 엄삼탁후보측에 많이 몰려들 와 엄후보의 마당발을 과시했어요·남진, 백일섭, 남보원, 엄용수, 민욱, 이효춘씨등을 비롯, 김정렬, 이태현씨등 씨름선수들까지도 가세했어요. 반면 박근혜후보측은 강신성일, 엄앵란부부등 상대적으로 조촐했지요.▲의성에서는 신진욱후보진영에서 연예인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는데 탤런트 서인석, 개그맨 김형곤씨등의 얼굴이 보였어요. 김씨는 27일 정당연설회에 나와 "신후보는 어려울 때 도와준 양아버지"라며 "아버님 어머님, 이리 오셔서 큰 절 한번 하세요"하고 신후보 부부를 연단에 오르게 해폭소를 자아냈지요.

▲문경-예천선거구에도 탤런트 김도연씨와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내금위장으로 활동중인 정일모씨, 김희라씨등이 신국환후보를 지원했어요. 언제나처럼 연예인 동원은 '선거의 축제성'이냐, '선거문화의 희화화'냐는 논란을 생각케 합니다.

-이번에도 기발한 로고송이나 현수막등이 많이 등장했는데요.

▲달성에서는 지난 총선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다함께 차차차'를 개사한 로고송을 양 후보 모두사용했습니다. 다만 박근혜후보측은 '새벽종이 울렸네''잘살아보세'등 선거전략인 박전대통령 향수를 잔뜩 자극하는 노래를 추가했고 '성대결'로 이목을 끌기도 한 이곳 선거특성상, 여자후보로서 동정을 끌 수 있는 '여자, 여자, 여자'를 개사해 사용하는등 특별히 로고송에 신경쓴 모습이었지요.

▲달성은 박근혜후보측이 '박정희냐. 김대중이냐'는 현수막을 내걸어 선거 초반부터 전략을 분명히 했지요·지역감정조장이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고요. 반면 엄삼탁후보측은 '동정이냐, 발전이냐''대통령의 특명-대구, 경북경제를 살리시오'등 '힘'을 강조한 현수막으로 맞섰어요.▲의성 신진욱후보는 '시골영감 기차타고'로 시작하는 '시골영감'이란 우리 가요를 개사, 농촌이란 지역특성에 고령인 신후보의 이미지를 잘 살려 듣는 이들의 호응을 받았어요. 문경·예천에서는 신영국후보가 마지막에 내건 '문경시민 여러분, 15대 총선때 664표가 이번엔 500표가 모자랍니다'라는 다소 긴 문구로 문경-예천간 소지역주의를 자극, 득표를 노린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치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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