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태풍속 대구금융 지역민들 성원에 달렸다

인구 2백50만의 대구. 우리나라 제3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금융기관들이 있다. 대구은행, 대동은행, 동양투자신탁, 영남종금, 조선생명, 대구종금, 경일종금, 대구리스, 대동리스, 우리주택할부금융, 영남주택할부금융, 상호신용금고와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등.

대구지역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소망을 보듬은 지역민의 손에 의해 설립됐다. 지역민들은 외지인들에게 배타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지역 금융기관에 전폭적인 성원을보내고 키워왔다.

그러나 IMF라는 사상 초유의 태풍이 불어닥친 지금 지역금융권이 뿌리째 흔들리고있다. 경일종금과 대구종금은 이미 문을 닫았으며 나머지 금융기관들도 예측할수 없는 구조조정 바람 앞에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금융위기는 비단 대구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3개의 종금사 중 2개의 종금사가 문을 닫은지역경제계는 벌써부터 극심한 단기자금 경색 현상이 나타나고있다.

지역 금융권들은 BIS 자기자본비율이라는 족쇄를 차고 달리기 경주를 벌이고있다. 자기자본비율8%를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게 냉엄한 현실이다. BIS비율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역금융기관들은 대출창구를 굳게 닫고있다. 지역금융권은 이로인해 자금난이 더욱 심해진 지역기업들에 증자 참여를 요청할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대동은행과 영남종금은 내년 6월까지 각각 최소 1천억원과 8백50억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증자과제를 안고있다. 대동은행은 증자와 병행해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의 인수 또는 △포항제철의 출자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현안도 안고있다.

동양투신의 경우 삼성그룹의 경영권 인수로 영업환경은 좋아졌지만 △지역 자금 역외유출 △삼성증권과의 합병 이후 본사의 서울 이전 방지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다.대구은행과 대동은행의 자회사인 대구리스·대동리스의 경우 곧 불어닥칠 리스금융사에 대한 구조조정 앞에 전전긍긍해 하고있다. 이들 회사의 향후 진로는 모회사인 대구·대동은행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있다.

현재로선 대구은행만이 비교적 견실한 재무구조를 보이고있지만 폭주하는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속을 앓고있다. 지역 금융시스템상 한 금융기관의 부실은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어질수 밖에 없어 대구은행은 현재 경쟁금융기관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손꼽아 빌고있는 형편이다.

지역 모금융기관 간부 ㄱ씨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지역 금융권 투자자들로부터 대구 금융권 사정은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답은 예외없이 '노 프러블럼'(문제없다)이다. 요즘 너무 어렵다고 말하면 투자자들이 자금회수에 들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이처럼 고객들의 신뢰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 고객들이 믿고 도와주면 죽어가다가도 회생할수 있지만 고객들이 등을 돌리면 멀쩡한 금융기관도 한순간의 예금 인출사태로 망할수 있다.

2000년말까지 금융기관에 맡겨진 예금은 정부에 의해 전액 보장된다. 앞으로 2년9개월동안은 금융기관이 망하든 합병되든 고객 예금은 보호된다.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만이 지역민들의 손에 의해 태어난 지역금융기관들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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