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얼굴없는 교수성명서

김태동(金泰東)청와대경제수석이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제현안에 대해 속시원한 얘기를 듣고싶어 하지만 김수석은 답답하다는 인상만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뭔가 잘 모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부 출범이후몇차례 정례브리핑에서 비쳐진 모습이다. 경제수석은 없고 강봉균(康奉均)정책기획수석이 경제수석인줄 착각할 정도다. 사실 경제계에서도 청와대경제수석, 한국은행총재, KDI원장 등 정부 경제핵심파트에 실무경제가 다소 부족한 재야 진보교수들로 채워져있는 게 걱정이었고 이것이 현실로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기자들 사이에 솔직히 나오고 있다.

물론 이제는 경제수석자리가 내각을 통제하고 간섭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경제정책의 전반적 조율기능까지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경제현실은 실험을 하기에는 너무 위급한 처지다.8일 김수석의 정례브리핑때는 그간 쌓인 기자들의 불만이 터졌다. 한마디로 경제수석이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이날 김수석은 오자마자 외국인 국내투자의 긍정적측면 8가지를 교수출신답게 강의식으로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외환사정이 나아지고 환율과 금리안정 효과가있다는 등 일반시민들도 다 알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기아, 한보 등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 처리문제, 핫머니 대책, 경제정책의 중심 상실 등의 현안만 나오면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고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그의 해명은 간단했다. 자신은 '시장주의자'라고 강조한뒤 "(경제관련)뉴스는 정부나 청와대가 아니라 시장에서 나온다"며 "기사를 청와대에서 찾지말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은 "청와대가 모든 것을 맡아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몫과 청와대의 몫을 하라는 것"이라고 항변하며 자리를 끝냈다.

사실 기자들은 궁금한 게 너무 많다. 경제정책은 각 부처별로 중구난방식으로 터져나오고 있는듯하고 개혁프로그램은 과연 있는지, 또 외자가 무조건 물밀듯이 들어오면 결국 어떻게 되는지,재벌개혁은 재벌해체식으로 진행되는 게 우리 현실에 맞는지, 실업자가 대량양산되면서 실업대책이 깨진 독에 물붓기식인지 아니면 구조조정과 연관되어 추진되고 있는지 등등. 김수석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영국방문기간내내 '탁월한 대통령'이라며 개인의 감동을 강조하기전에 자신의 맡은 역할에 충실해주길 기대해본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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