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천 여성복지회 봉사대

나이테는 겨울에도 나무가 자란다는 소중한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나무가 죽지 않고 살기만한다면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더 단단하다는 사실을 나이테는 입증하고 있다. 겨울의 나이테처럼, 부모가 없는 시설원생들도 지금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언젠가 싹틔울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런 원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이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천시 여성복지회관 자원봉사대 희망원팀(팀장 이지유)은 5~6년째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 연말이면 밀물처럼 들이닥쳐겉치레 선물을 쥐어주는 철새 방문객들에게 식상한 원생들은 이들이 처음 찾아오던날 '역시 그러러니'하는 지레짐작으로 무관심하게 대했다.

'마음을 담지 않고 자기 만족을 위해 선물을 떨어뜨리고 연말 정산 방문'에 익숙해진 원생들은그들도 한두번 오가다가 기념사진 찍고 가겠지라며 한자리에 모이지도 않았다.그러나 내 아이뿐 아니라 남의 아이도 잘 자라야 한다는 가족의 공공성을 익히 아는 주부 자원봉사자들은 매달 둘째 토요일, 빠짐없이 희망원으로 향했다.

마구잡이 방문이 아니라 종이접기·세계지도에 국기붙이기·인형만들기·샌드위치만들기·이솝이야기 읽고 생각하기·노래부르기·인형극보기·카드만들기 등 미리 머리를 맞대고 짜놓은 연간스케줄에 따라 '준비된' 봉사시간을 갖는다.

매주 토요일 오후2시 자유시간이면 TV보는 맛에 참석조차 않으려던 녀석들이 이제는 뛰어나오며인사까지 건넬 정도로 거리감이 없어졌다. 지난 11일에는 불과 한시간전에 양껏 점심을 먹은 원생들은 자원봉사자 최미애씨(영양사) 등이 준비해간 샌드위치 속을 발라먹는 재미에 쏙 빠지기도했다.

"지난달에 만든 강아지랑 고양이인형은 제 방에 걸어두었어요"

애란이(6학년)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운 바느질솜씨로 서툴게 기운 인형과 정이 들어 밤이면 꼭안고 잔다.

이날 샌드위치를 먹고 난 뒤에 가진 자기발표시간에 말한마디 떼지못했던 유진이(6학년)는 모델을 꿈꾸는 작은 소녀. 하지만 자기발표 시간에는 "창피하다"며 한마디도 못하고 책상 밑으로 숨어버렸다. 이제까지 단 한번도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해본 적이 없어 입떼기전에 얼굴부터 빨개지고콩콩 뛰는 가슴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유진이를 본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은 아리었다."네가 발표하는 걸 보고 싶어"귓속말로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준 이태정씨(42세)는 원생 몇명과 결연후원까지 맺고 있다.

"베풀기보다 눈높이를 맞추어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이지유씨는 봉사자 자녀들과 원생들간의 편지나누기도 활성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힌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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