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이 넘는 중국 인민의 마음을 일순간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것도 뜨겁게가슴을 적시는 감동으로.
레이펑(雷鋒). 사후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대륙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영원한 청년. 모든중국인들이 그의 이름 석자앞에서는 마음이 녹아버린다.
레이펑은 1940년 후난(湖南)성에서 출생, 아버지는 일본군에게 매맞아 죽고 형과 동생은 어린 나이에 죽었으며 어머니는 자살하여 7세때 천애고아가 됐다. 자라서 인민해방군에 입대했고 이어중국 공산당 당원이 된 그는 "생명은 유한하나 인민에 봉사하는 것은 무한하다"며 인민을 친부모,친형제처럼 사랑했다. 남을 위해 궂은 일을 도맡고 자기를 희생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여러차례 노동모범으로 뽑혔고 '모주석의 좋은 병사'라는 영예도 얻었다.
그러나 22세되던 1962년 해방군 선양(沈陽)부대 공병운수대 분대장이었던 그는 공무수행중 불행한 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평소의 희생적 정신과 순직함에 감동받은 마오쩌뚱은 '레이펑동지를배우자'는 구호아래 전국민이 그의 정신을 따를 것을 호소했다. 레이펑 생전의 일기가 '뇌봉일기(雷鋒日記)'란 책으로 출간, '모주석어록'에 이어 지금까지 무려 2천만부가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30여년의 세월동안 대륙의 중국인들은 레이펑의 삶을 배우며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 지난해엔 '레이펑이 떠난 이후의 나날(離開雷鋒的日子)'이란 제목의 영화가 제작, 상영돼 온 중국대륙을 눈물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기도 했다.
선진중국 건설을 중요 국가시책으로 삼고 있는 중국은 '인민을 위한 봉사'를 사회주의 도덕건설의 핵심으로 인식, 전국민이 정신적으로 본받아야할 영웅들을 계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내가 중국에 있었던 96~97년 사이 중국대륙에 이름을 떨친 인민의 영웅은 베이징의 버스 여차장리쑤리(李素麗)였다. 정나미가 똑 떨어질만큼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베이징의 버스차장들중 서른살이 좀 넘은듯한 리쑤리는 10여년이 넘는 차장생활중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승객들에게 친절한서비스를 해 중앙정부에 의해 노동모범으로 뽑혔다. 버스와 택시들은 저마다'리쑤리를 본받자(學習李素麗)'는 내용의 글귀가 쓰인 붉은 구호를 달고 다녔다. 리쑤리는 유명인사들이 참석하는 각종 대회에 초청돼 "인민을 위한 복무(服務:서비스)에는 종점이 없다"며 자신의 체험담을 발표했고청중들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때로는 쟝쩌민(江澤民)주석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비치는 등 일약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거의 매일같이 신문·방송에 리쑤리의 이름과 얼굴이등장했다.
한번은 허난(河南)성의 고도(古都) 루오양(洛陽)에 갔다. 거기선 리쑤리외의 또 다른 이름의 남자이름과 그를 본받고 따르자는 구호가 온 버스마다 택시마다 붙여져 있었다. 중앙정부에서 거국적으로 미는 노동모범외에 성(省)단위에서도 자체적으로 노동모범을 뽑아 그 지역 인민들의 영웅을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힘든 12억의 인구. 그것도 언어와 풍습이 다른 56개의 민족. 같은 한족(漢族)이라도 지역에 따라선 통역이 있어야만 말이 통하는 거대한 나라. 그 다양하고 엄청난 크기의집합체들을 하나로 엮는 것은 다름아닌 이들 인민들의 영웅이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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