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화의 고향-곡예사의 사랑과 묘기 어우러져

미국 플로리다주 중서부에 위치한 사라소타는 인구 5만여명의 비교적 한산한 도시다. 관광업과젖소사육, 야채 재배등이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사라소타는 그러나 1920~50년대만해도 서커스의본고장으로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서커스 흥행주인 존 링글링은 당시 이곳을 '링글링 브라더스앤드 바념&베일리 서커스단의 겨울 본부로 삼았다. 영화 '지상 최대의 쇼 (1952년 제작)가 사라소타를 주요 무대로 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지상 최대의 쇼 는 영화제목이 말해주듯 서커스의 규모로나 아슬아슬한 묘기의 수준으로나 지상최고, 최대를 자랑한다. 영화에는 서커스가 미국에서 전성기를 이루던 당시의 전형적인 '열차 서커스 가 등장한다. 서커스 일정이 잡히면 서커스단에 속한 사자, 호랑이, 코끼리, 말, 기린, 북극곰등 말만 들어도 흥미진진한 온갖 동물들이 현지 쇼무대로 열차를 통해 옮겨진다.천막이 완성되고 쇼무대가 완비되면 곡예사들의 밧줄타기, 공중 그네타기, 재주넘기, 접시돌리기등 스릴넘치는 묘기들이 진기한 동물들의 쇼와 어우러져 관중들을 열광시킨다.영화의 화면이 열리면서 '6세에서 60세까지, 모든이들을 서커스에 초대한다 는 말에 부응이라도하듯 서커스공연장은 환상적이고도 기묘한 서커스를 구경하러온 인파로 초만원을 이룬다.서커스단의 신묘한 마술에 매료되기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묘기를 보는데 정신이 팔려 먹던아이스크림이 녹아 턱아래로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는 어린이에서부터 딱 벌린 입을 닫을줄 모르는 중년여성, 가슴 철렁한 묘기에 눈을 바로 뜨지 못하는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표정들이다.

'지상 최대의 쇼 는 화려한 서커스 쇼를 그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서커스 쇼를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서커스단 구성원간의 사랑이야기를 가미,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대규모 열차 서커스단의 보스인 브래드(찰톤 헤스톤 분)는 그가 아끼는 여성 공중 곡예사인 홀리(베터 허톤 분)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그러나 프랑스 출신의 서커스 스타인 세바스찬(코넬 와일드분)이 새로운 서커스단원으로 입단해 홀리에게 연정을 품게 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진다. 세바스찬은 고난도의 공중곡예를 네트없이 시도하다 팔을 심하게 다쳐 서커스단원으로서의 생명을 위협받게 되지만 홀리는 세바스찬을 간호하면서 애뜻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한편 단원중의 쇼걸 보조역인 에인절(글로리아 그래햅 분)역시 세바스찬에 연정을 품게 되나 정작 에인절을 그리워하는남자는 코끼리 조련사인 클라우스(라일 베트거 분)이다. 그러나 에인절과의 사랑을 이루는데 실패한 클라우스는 그녀에 대한 복수심으로 서커스단이 탄 열차를 폭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클라우스는 목숨을 잃고 서커스단의 보스인 브래드는 중상을 입는다. 마침내 세바스찬은 부상에서 회복돼 서커스무대에 다시 서면서 에인절을 사랑하게 되고, 홀리는 브래드를 간호하면서 자신이 그에빠져있음을 확인, 결국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서커스 관중들의 개성넘치는 표정들을 오늘날에도 플로리다를 찾은 이들에게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플로리다는 남녀노소를 위한 각종 놀이시설을 갖춰 세계적인 관광명소의 집산지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플로리다의 명물들이 모험심과 대담성, 창의력과 독립성을 자극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우연이아니다. 서커스의 묘기에 깔려있는 기본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내 관광명소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라소타 인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만 해도서커스 가 담고 있는 대담성과 모험심등을 보여주는 시설들로 가득차 있다. 디즈니월드내 '매직킹덤 이 모험의 나라, 개척의 나라, 자유의 나라, 이상한 나라, 미래의 나라등 테마 랜드로 구성돼누구나 꿈과 향수를 느낄수 있게 한 것이 좋은 예다.

디즈니월드의 인근에 위치한 '시 월드 역시 서커스 관중들의 탄성을 떠올리게 하는 관광명소이다. 돌고래와 펭귄, 바다사자등 해양 생물 전시관을 20여개나 갖추고 수시로 신기한 해양생물쇼를벌여 관광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게이터 랜드 는 5천마리 이상의 악어가 서식하는 곳으로 플로리다의 자연을 배우기에 안성맞춤인 이색 동물원. 이곳 역시 서커스의 고장임을 자랑이라도 하듯 악어들의 쇼를 벌인다.올랜도의 중심가에 있는 처치 스트리트 스테이션에서는 골동품점등 이색적인 상점과 음식점들이즐비하다. 컨트리및 재즈 음악, 최신 팝, 록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이 공연장마다에서 울려퍼진다.방문객은 공연장 입장권 대신 도장을 손등에 받고 난뒤 어느 공연장에서나 음악과 춤, 칵테일등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서커스 쇼는 이곳의 단골메뉴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플로리다 관광은 사라소타의 서커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사라소타의 베이 쇼어 로드 5401번지에는 서커스 흥행주 존 링글링의 호화로운 집을 개조해만든 링글링 서커스 박물관과 역시 링글링이 지어 사후에 기증한 '존 앤드 매이블 링글링 박물관 이 자리해 있다. 서커스 박물관에는 링글링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서커스용 마차를 비롯, 천막 지주 의상들이 전시돼 당시 서커스의 화려함을 일깨우는 듯 하다.

존 링글링 박물관은 서커스 박물관과는 별개로 피터 폴 루벤스의 작품등 바로크 예술품을 주로전시한 대형 화랑이다. 하지만 이 박물관은 서커스 박물관을 찾은 관광객들이 자연스레 거치는명소로 자리를 굳히며 서커스의 독보적 존재인 존 링글링의 명성을 재확인하게 한다. 오늘날 존링글링의 서커스는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지만 존 링글링은 물론 사라소타, 플로리다의 명성을옛날이나 다름없이 높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지상최대의 쇼 는 더욱 위대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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