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학부제 확대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안동대와 효성가톨릭대가 내년부터 전면 학부제를 도입하고, 경북대는 안동대와 유사한 전면 확대 도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영남대는 약학부·법학부·경영학부·조형학부와 공대 일부에 실시해왔으나 문과대·상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한 계명대는 2000년에 완전 학부제로 전환할 계획이며, 대구대도 연차적으로 학부별 모집을늘려나갈 움직임이다.
학생들 기업선호학과 몰려
이달초 전면 학부제 계획을 발표한 안동대의 경우 내년부터 예·체능계와 사범계 이외의 학과별 모집은 폐지하고, 학부(또는 복수학과) 단위로만 신입생을 뽑게 된다. 또한 학부 단위로 모집한 뒤 2학년부터 한가지 전공을 선택하는 기존의 학부제와는 달리 학부내에서 특정전공을 지정하지 않고 적성과 희망에 따라 2~3개 이상의 전공도 이수할 수 있게 함으로써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기도 한다.
선진국의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도입하고 있는 학부제는 학과를 지나치게 세분한 데서 빚어지는 학문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학문간의 상호교류를 통해 폭넓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회와 기업들이 선호하는 전공분야(인기학과)에만 학생들이 몰리게되고, 인기가 없는 학문분야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학문이 고루 발전하는데도 걸림돌이 되고, 학과 중심의 학생활동을 위축시켜 자유분방한 대학생활과 창의성 계발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학문 발전 저해
실제 학부제가 도입된 대학들은 학과의 독립성, 전공 사이의 구분이 제도적으로 부정되는것을 경험했고, 원칙 없는 학과 통합으로 학문의 체계가 흔들리는 부작용도 느꼈으리라 본다. 더구나 인기학과들은 학과간의 경쟁적 발전으로부터 예외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우수학과들은 우수학생들을 일찍부터 모집해 특별한 교육을 시켜야 하므로 독립된 학과나 학부로 승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갈등도 맛보았을 것이다. 학과들의 패배주의·특권주의·방관주의가 뒤얽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즈음 대학교육의 역할이 주로 취업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취업에 불리한 학과를선택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몰리는 인기학과들의 경우 교육적 정상화와 효율화를 위해 교수와 학생의 적정한 비율 설정이 요구되는실정이며, 비인기학과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에게는 취업보다 학문에 뜻이 있으므로혜택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비인기학과 없어질까 걱정
학부제 도입은 이제 일반적인 추세라고 하더라도 모든 대학들이 많은 학과를 없애는 길로나아갈까 걱정된다. 연구 중심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설과 교수인력을 확보한 대학들의 학부제 전면 실시는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국제 경쟁력 키우기라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학들의 경우는 학부제 전면 도입을 어느 정도 자제하는 방향이옳다고 본다. 대학원 중심 대학을 지향하는 일부 명문대학을 따라가는 식으로 학부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어떤 각도로든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학들은 학부제의 단점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그 본질과 장점들을 잘 살려 합리화와 효율화를 이끌어내도록 신중을 기하는 한편 정부는 문제점들을 보다 확실하게 보완하고 수정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제도적 기틀을 다져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교육개혁의 이념과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대학들과 함께 학문적 우수성, 교육적 효율성, 행정적 합리화를 실현하는데 최선의 길을 찾아주기 바란다.
이태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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