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반수 파괴-사수" 물밑싸움 치열

선거법협상이 24일 국회 통과와 함께 정치권은 정계개편의 급류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당장 다음 주부터 한나라당을 이탈, 여당으로 말을 갈아타는 의원들이 5~15명 출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원내 과반수를 붕괴시키려는 여권과 과반수를 사수하려는 한나라당의 대립은 날로 악화될 전망이다.

여권은 다음달 10일까지를 1차 시한으로 잡고 있다. 다음달 25일까지로 예정된 15대 국회하반기 원구성 이전에 한나라당의 원내 과반수를 붕괴시켜 국회운영권을 여권이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권은 그러나 이번 주로 계획했던 한나라당의원 영입을 다음 주로 미뤄 놓았다.선거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의원 빼내오기를 할 경우 한나라당을 자극, 선거법개정 자체가무산되는 등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느긋하게 앉아서 오는'손님'만 맞이하려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조세형(趙世衡)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등이 나서 한나라당의 붕괴와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탈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에 대한 개별접촉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노골적인 개편의도를 밝힌데는 흔들리는 의원들에게 적극적인 '사인'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여권은 또 한나라당의 인적 구성상 3,4명의 의원만 이탈대열에 나설 경우 이탈자가 20명선으로 쉽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자민련 연합세력의 표가 파괴력을더할 서울.수도권에서 한나라당세의 급격한 퇴조를 자신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당장 다음주부터 이탈자가 나올 것이라는 점은 이미 각오하고 있는 듯하다.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 벌써 이탈 예상자들을 '정치쓰레기'라고 낙인찍고 이들을 영입하려는 여권을 향해서 '정치적 넝마주이'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과반수를 붕괴시키는 수준의 이탈은 하반기 원구성 때까지라도 막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숨은 생각이다. 당장 27일 전국 지구당위원장회의를 소집,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야당 파괴공작에 대한 대대적 성토작업을 벌이는 것도 이탈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전의 첫단계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전국적인 행사를 강행하려는 또다른 이유는 환란(換亂), 종금사 설립과정, PCS사업자 선정과정 그리고 김선홍(金善弘)전기아그룹회장의 비자금 로비 리스트 등 야당의원들의 연루설이다.

특히 기아 로비 리스트에 여권인사가 한 사람도 없다는 점에서 여권의 조직적 야당파괴공작의혹을 강하게 품고 있다. 그리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 국민적인 관심도를 높여 나감으로써 여권의 횡포를 적절하게 제어한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또 다음달 초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 정당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의 그리고 법사,재경, 문화관광 등 소관 상임위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현정부의 국정난맥상을 추궁할 방침이다. 일단 대국민 홍보전과 원내투쟁에 진력할 방침이다.

즉 지방선거 보이콧 등 극단적 투쟁보다는 편중인사와 정책혼선 등 현정권의 국정농단을 저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자처하면서 국민적 지지와 관심을 환기시키는 전략을수립한 것이다.〈李東寬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