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경주 문화재 보존 특별법을

경주는 신라(新羅) 천년의 고도로 곳곳에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포용하고 있다. 그때문에 우리 문화의 긍지와 자존심을 일깨우는 보고(寶庫)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담장 없는 박물관'으로서도 세계적인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개발논리에 밀려 많은 문화유산들이 훼손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으며, 유물과 유적들의 보존.관리가 제대로되지 않아 새로운 대책이 요구된다.

일제 때부터 손을 대기 시작해 철도가 부설되고, 뒤이어 왕릉이 마구 파헤쳐져 신시가지가들어섰던 경주는 남산(南山) 종단도로와 다른 도시들로 이어지는 산업도로가 뚫리면서는 옛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심지어 용강동 쪽으로는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신도시로 탈바꿈하는가운데 서라벌의 예스러움은 전설 속으로 들어간 느낌마저 버리지 못하게 한다. 80년대 이후에는 마구잡이 건설공사로 삼량사지, 흥륜사지, 신라시대 도로 등이 파괴되고, 문화재들이발굴되는 시점부터 시한부의 운명에 놓이는 비극이 심각하게 연출돼 발굴을 억제하는 편이오히려 나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경주대 정현 교수, 동국대 안재호 김상묵 교수 등이 84년부터 96년까지 경주의 각종 대형공사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조사한 '경주의 문화재 및 주민피해 실태 분석'에 따르면 65건의도로 건설, 아파트.택지 개발 등 대형공사 가운데 12건만 학술조사 성격의 문화재 발굴이 이뤄졌으나 나머지 53건은 대부분 사전 지표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준다. 더구나 이들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출토된 유물들의 80~90%는파괴됐을 것으로 추정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왕경(王京)유적 연구의 경우 당시 도로망의 실체와 도시 구조를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를 찾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기본적인 자료조차 훼손돼버린 상태다.특히 보문단지에서 불국사까지의 국도 확장공사, 오릉 앞 고속도로 진입로 확장공사, 강변도로 건설공사 등 문화엑스포를 위한 공사 때문에 문화재 훼손이 가장 심했다니 어처구니가없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명분 아래 만들어진현행 '문화재 보호법'으로는 문화재가 밀집해 있는 경주 같은 지역의 문화재 보존.관리는 어려우므로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고도(古都)문화재 보존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리라고본다. 아울러 경주를 '문화특별시' 성격의 도시로 보존.육성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더욱 부각시키는 길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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