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 견인모(甄仁模·84·경북 안동시 송현동)옹은 손자가 달아준 카네이션을 가슴에 꽂고 안동시 한 서점에서 책을 골랐다.
착한 큰며느리는 동서양 고전으로 배우는 삶의 지혜, 순한 둘째 며느리는 음식궁합, 철부지작은며느리는 신사임당과 자녀교육, 장손은 이솝우화…. 20여년간 이 서점의 단골인 견할아버지는 이날도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견옹(翁)은 주변의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늘 책으로 선물한다. 견옹이 책 선물 습관을 갖게된 것은 한 손자가 불쑥 내뱉은 한마디 때문. 세배한 손자에게 천원 지폐 한장을 봉투에넣어 줬더니 '또 천원이네'라는 핀잔을 들은게 충격. '돈을 주니 정성을 모르는 구나' 싶어장고 끝에 이른 결론은 책을 세뱃돈 대신 주자는 것.
견옹은 자신이 워낙 책을 좋아한 탓도 있지만 6남1녀중 여섯이 학교에서 근무해 세뱃돈으로돈을 주다보면 촌지도 쉽게 받지 않을까 노파심을 가졌던 것도 책 선물의 한 까닭.일곱 남매의 짝과 열일곱 손자에게 줄 책이니 고르는 일이 그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 됐다.애독지인 매일신문의 문화면과 광고란을 보는 것도 중요한 일과. 그래서 1년내내 고심해 한권 씩 골라주는 책을 며느리나 손주들이 싫어할리 없다.
견옹의 호인 요산(樂山) 낙관이 찍힌 책을 들면 며느리와 손자들은 할아버지에게 전화하지않고는 못배긴다.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어른이 어쩌면 이렇게 아셨을까' 싶어서다.부전자전(父傳子傳). 장남 일영씨(63)는 경북고 교장으로 교육계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며,첫째 딸 영숙씨(61)는 성남초교 교사, 차남 일수씨(54)는 포항 선린병원장으로 성공했다. 나머지 네아들도 의흥상고, 대구초교, 안동공고 등지에 근무하는 교육자.
연식정구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건강한 그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안동에서 노인회장을 2년여 역임하기도 했다. 주말마다 번갈아가며 할아버지를 찾아 오는 자녀와 손자, 증외손자에게 견옹은 늘 "책보다 더 나은 보약은 없다"고 가르친다. 〈權東純기자〉
▨읽을 책이 없는 불우청소년(아동복지시설·장애인재활시설·특수학교·청소년공부방)에게책을 보내고 독서지도를 합시다. 성금은 대구은행 069-05-233553-001, 농협796-01-007398〈예금주 (주)매일신문사 사회2부〉, 성금·독서상품권과 책 기증 및 독서지도 자원봉사자 신청 문의는 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053-422-5519) 대구지구청년회의소(053-754-350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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