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 실업현장 프랑스

프랑스 실업문제가 심상치 않다. 실업률 12.5%, 실업자 3백10만명, 1년이상 장기실업자 1백10만명. 프랑스 주요일간지 시사만화에 등장하는 초췌한 모습의 실업자들은 오늘날 프랑스실업사태의 심각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식탁에 놓인 싸구려 음식 한접시와 마시다 남은 포도주, 그리고 담배꽁초를 문 채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모습.

프랑스 실업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온지 6개월. 집권당인 사회당사, 대학교, 노동관서 점거와함께 호텔이나 유명음식점에도 난입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시위가 기물파손, 투석전과 같은과격양상을 보이진 않는다. 호텔에 들어가서도 한끼 식사를 제공받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조용히 돌아나온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시선을 끄는 것일 뿐이니까.

각종 실업자 단체의 요구 사항은 최저생계비 등 8가지 실업수당을 월평균 1천5백프랑 정도올려달라는 것이다. 현재 실업자들이 받는 실업수당은 월 3천3백여프랑으로 이들의 요구대로 1천5백프랑을 인상할 경우 5천프랑 미만 저임금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들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프랑스에서 최저생계비로 연명하는 인구는 7백만명인 반면 5천프랑 미만저임금 근로자는 2백여만명에 이른다. 때문에 일부 노조는 "실업자들의 요구가 직업을 가진사람들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는 실업문제 만큼은 최저생계비는 물론 무료직업교육, 가족수당까지 지급하는 뛰어난사회복지시스템을 자랑한다. 원서작성에 필요한 사진촬영비, 문서복사비, 교통비, 근무복이나근로장비 구입비까지 지원할 정도다.

그런데도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얼까.

문제는 프랑스 기업 대부분이 이미 '초과인력'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호황이 계속되는데도 신규채용이 늘지 않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최근 프랑스 의회는 '일자리 나눠갖기' 차원에서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종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유럽 통합을 앞두고 정부 재정적자폭을 제한해야 하는 프랑스 정부와 의회로선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인 셈.

좌파정권이 유난히 강세를 보이고 기업들은 인력투자에 인색하며 완고한 노조가 고용시장유연화에 반대하는 것도 프랑스 실업문제 해결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이다. 유럽 통합 이후 더욱 긴축재정을 펴야하는 정부와 일자리 창출 및 실업에 따른 사회보장 강화를 요구하는 실업자들이 어떻게 합의점을 찾아낼 지 두고 볼 일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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