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의료 분쟁 막으려면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이 확실한 중환자를 퇴원시켜 사망케한 의사에게 살인죄가 적용된 재판 결과로 의료계가 충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의사 진료에 따른 의료사고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됐을 뿐 이번처럼 살인죄가 적용되기는 처음이어서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확산될는지 관심사다.서울지법남부지원은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환자를 부인의 요구로 퇴원시켜 숨지게 한 2명의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 "자기 결정권보다 인간 생명을 우선시 해야하는 의사의 본분을 어겼다"고 판시했다.

이에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보호자의 퇴원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안돼있는 상태에서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이번 판결로 앞으로 의사들의 중환자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의료행위가 위축될 것이라는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친권자의 뜻에 따라 환자를 퇴원시킨 것이 의료계의 관행이었던 만큼 이번에내려진 '살인죄 적용 판결'에 국내 의료계가 어떠한 영향을 받을는지는 미루어 짐작하기에충분하다. 그렇다고해서 현행법을 바탕으로 인명경시풍조에 경종을 울린 재판부의 판결정신을 왈가왈부 할 수도 없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해마다 1천여건이상의 의료사고로 분쟁이 발생하는데도 이를 해결할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는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경우 막연하게 '인간생명을 중시해야 한다'는 판결문이 아니라 '보호자가 요구하더라도 생명이 위태로운 중환자는 퇴원시켜서도 안된다'고 법에 명문화 됐더라면 아무런 분쟁의소지도 없지 않았을까.

지난 95년 정기국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안이 심의됐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법안은 당초 환자의 생명과 권익보호를 겨냥 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의사협회의 극심한 로비로 수정을 거듭, 의사 보호법안으로 변질됐었다.

의협(醫協)은 당시 의료사고 발생시 과실로 판정되더라도 책임공제회나 종합공제회 가입자는 처벌을 않거나 기소조차 않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 시켰고 급기야는 원인불명의 의료사고는 의료조합에서 손해보상을 해야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하다 국회에서 폐기됐던 것.그당시 분쟁조정법안이 통과됐더라도 이번 같은 의료분쟁은 야기되지 않았을 것이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의료계부터 대승적으로 의료분쟁조정법안의 제정에 발벗고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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