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고시 열풍이 드세지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학에서는 고시과목을 신청하기 위해 밤을 세워 줄을 서는 이상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열풍은 대학가에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시공부와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강의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순수학문 분야의 수강생은 급격히 줄어 폐강 위기에 몰리는 '대학의 고시학원화' 현상은 상아탑의 위기를 극명하게 시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IMF 한파 이후 기업체들이 구조조정 등으로 대부분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학생들의 기호에 따라 학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학부제가 도입됨으로써 취직문을 두드리기 위한고시 열기가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추세일는지도 모른다.
법조인과 고급 관료의 등용문인 사법.행정.외무고시가 학생들을 흡인하는 요인은 명예퇴직이니 정리해고니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높은 소득과 신분보장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외환 위기를 부른 주범으로 관료집단을 지목하고, 경제관료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면서 공직 고시에 대한 인기가 한풀 꺾였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은 최근일본의 대학가 분위기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대학가의 고시 열풍은 대학의 학사행정을 마비시키고, 학문의 균형발전에 큰 타격을 안겨줄것으로 보인다. 인적자원의 불필요한 낭비와 인재 배치의 편중도 부르게 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고시에만 매달린다면기초학문과 순수학문은 퇴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시 열풍의 폐단을 줄이려면 학부제가 재검토되고, 기업체들이 새로운 인력을 흡수할 수있는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학생 없는 학과가 속출하고, 학문 발전의 균형이 흐트러지는폐단을 막기 위해 '학과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다양한 교양과 폭넓은 학문 접근을 통해 전인적 교양을 쌓는다'는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신규채용을 하는 기업체에는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길도 모색해야 하며, 대학들도 학생들이 전공분야의 학문에 열중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IMF체제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다. 우리 모두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오늘의 오류는큰 상처가 되며,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고시 열풍의 이상기류는 과외와 더불어 망국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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