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수하르토 이후의 인니

인도네시아가 마침내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3월 7선의 대통령이 된 수하르토는장기집권에 저항하는 민중의 힘앞에 굴복하고만 셈이다. 지난 86.89년 잇달아 장기집권을 종식시킨 필리핀과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도 이제는 정치.경제개혁의 첫 과제를 풀어낸 것이다.

간헐적으로 철권통치에 대한 시위를 해오던 학생.시민들은 요 며칠간 대규모 반정부행동에나서 어처구니없게도 5백명의 사망자를 내는 참극을 빚기도 했다. 아시아 전체가 경제적 위기에 처한 때에 일어난 인도네시아의 민중봉기는 이 지역의 안보 및 경제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일견(一見)다행스런 것은 더 이상의 유혈사태없이 대통령이 물러나고 헌법이 정한 대로 부통령이 권력을 승계하는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그러나 겉으로는 순조로운 권력이양인 것 같으나 재야세력과 학생및 일반시민들이 요구해온완전한 민주화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대통령승계자가 수하르토의 임기인 2003년까지 집권한다는 것인데, 국민들과 재야.의회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6개월이내 총선을 통해 의회를 재구성하고 여기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새로 선출하자는 국민적 욕구가 만만치 않다. 최대 압력단체인 이슬람교지도자들과 집권당소속 의원들, 시민학생등은 즉각적인정치.경제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수하르토의 사임만으로는 개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권력승계가 순조롭고 군부가 승계자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고 있으나 인도네시아의 장래는매우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군부에 지지기반이 전혀없는 하비비 신임대통령이즉각적인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재야세력.시민.학생들을 어떻게 설득시켜 '헌정질서'하에 제반 개혁을 수행해갈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더이상의 유혈을 막을 수 있는 관점에는 잘 되고 있다고는 보여지지만, 군부자체의 성향이 어떻게 변화할 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군부의 실력자인 통합군사령관겸 국방장관인 위란토는 헌법질서하의 정권이양을 공개적으로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수하르토일가의 신변보호를 다짐한 것은 수하르토 세력의 잔존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주화의 단계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재야의 주장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하르토일가의 재산몰수와 처벌을 군부가 수용하지 않고 있어 새로운 충돌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경제위기에 몰린 인도네시아가 하루빨리 정치적 안정과 경제정상화를 일궈내기를 바란다. 그래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경제회복에도 일조(一助)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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