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난하지만 마음은 갑부

가운데 씨가 박혀서 좀처럼 쪼개질 것 같지 않은 복숭아도 열손가락 잘 정돈해서 갈라쥐고단호하게 힘을 주면 쫙하고 정확하게 절반으로 쪼개지면서 가슴을 내보인다. '하트-'. 복판에 도인(桃印)을 안은 사랑의 마크가 선명하다.

사랑이란 이처럼 나누는 것. 복숭아를 나누고, 부채 바람을 나누고, 고통을 나누고, 기쁨을나누고….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의 '살미들 사랑회'(회장 임경숙)는 이처럼 가난한 마음을 나눠 우리의 고난과 아픔을 보듬으며 '마음만은 부자'로 사는데 익숙한 영세민주부들의 모임이다.

대구시 서구 신당동 성서주공3단지 9평·11평·18평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30~40대 주부들로 짜여진 살미들 사랑회원들은 여태껏 내집 한 칸없을 정도로 물질적으로 고단하게 살고있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 살기가 고단하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게으름을 피우지않고 마음을 활짝열어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위해, 열악한 주변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정다감하고 용감한 주부들이다.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주어야하는데 일손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주공3단지 부녀회원들이 마음을 내어 코스모스·민들레·채송화·해바라기·장미라는 5개의봉사팀을 만들었어요"

살미들 사랑회 임경숙회장은 달서구 여성자원봉사센터, 적십자사 서구지구, 평화봉사회 3개팀과 더불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자들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을나르고, 소년소녀가장돕기에도 힘껏 나서고 있다고 밝힌다.

"봉사라는 말은 합당치 않아요.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그보다 더 큰 가르침을 얻어요. 지금의 내 생활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활자세의 변화가 활동을 통해 얻는 가장 귀중한 보람이에요"

미약한 힘이지만 서로 보태면 아파트촌의 회색빛을 뚫고 나오는 이웃간의 정과 우리동네를위한 큰힘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이미연씨는 매달 회원들과 함께 마을 앞길을 쓸고 난 뒤에 오는 거리의 단정함을 사랑한다.

한푼이 아쉬운 처지인 회원들은 얼마전 합심하여 '가정도우미지원센터'를 창립, 경제적인 자립을 위한 파출사업에도 나서는 적극적인 면모를 보였다. IMF라 이용자가 별로 없지만 거기에만 연연해 않는다.

"가까운 새천에 주말농장을 개발, 함께 채소를 가꾸며 어려움도 털어놓고 함께 살길도 찾는다"는 회원들의 등너머로 열악한 환경이 살맛나는 동네로 바뀌는 온기가 피어오른다.〈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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