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4 지방선거운동 결산

우리 선거문화에 적지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선거판에서 돈의 쓰임새가 줄어들고 있고 관권선거시비와 '북풍'의 영향, 세몰이식 대규모집회 등이 사라지고 있는 반면 지역주의와 흑색선전, 후보자간 맞고발, 공무원 줄서기, 유권자들의 무관심 등이 심화되는 특징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제2기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선거 풍속도와 선거 문화를 지켜본 국민들의 눈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각 당 및 선관위 관계자들은 선거판의 변화요인을 수평적 정권교체와 IMF 관리체제, 정치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 유권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 지방선거에 대한 지나친 중앙정치 논리유입 등에서 찾았다.

먼저 이번 지방선거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긍정적 특징은 과거에 비해 '돈 안드는 선거풍토'가 상당부분 정착돼 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선거부터 각 선거구 하늘을 메웠던 후보자 현수막이 사라지고 명함형 소형인쇄물도 폐지됐다. 자필서신 발송도 이미 불허돼 있어 이로 인해 일당을 받고 선거업무를 도와준 '위장자원봉사자'도 대폭 자취를 감췄다.

후보자들의 돈선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일 현재 선관위가 적발한 후보자들의 금품살포 및 음식물제공 등으로 인한 선거법 위반사례는 모두 1백64건으로 지난 95년 지방선거에비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라는 게 선관위 분석이다.

또 선거때마다 제기돼온 '북풍'영향에 의한 후보자간 색깔시비가 사라진 것도 큰 특징이다.선거때마다 안기부에 의해 '북풍공작'이 이뤄졌음이 검찰 및 안기부 수사결과 드러났고 색깔시비의 진앙이 됐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승리로 인한 수평적 정권교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40년간 한국정치를 좌우해온 '3김'의 입김이 줄어든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퇴임이후 줄곧 상도동 자택에서 칩거해 왔고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는 통합선거법의 공무원 선거개입 금지 규정에 따라 선거전에 직접 나서지 못했다.

대규모 바람몰이식 집회가 사라진 것은 IMF한파에 따른 영향과 '3김 영향력'의 감소, 정당및 후보자 연설회 축소, 유권자들의 무관심, 미디어선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여서야동(與西野東)'이라는 지역주의가 예년 선거에 비해 더욱 심화됐다는 점이다. '호남권 국민회의, 충청권 자민련,영남권 한나라당'이라는 특정정당의 특정지역 독점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전남·북지사후보와 광주·대전시장후보를 내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호남지역 40곳, 충청지역 25곳에서 기초단체장을 공천하지 못했다. 여권인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영남지역에서 시장·군수·구청장후보를 13곳에서나 내지 못했다.

특히 일부 후보들은 유세에서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기도했으며 이로인해 '우리 고장 출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소지역주의가 발호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후보자간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이에따라 후보자간 맞고소 고발이 대폭 증가한 것도 걱정되는 선거풍토다. 심지어 현역의원이 대통령에 대한'공업용 미싱'발언으로 인해 검찰에 고소되고 여권에서 의원직 제명움직임을 보이는 막다른 상황에까지 이르게됐다.

선관위 김호열(金弧烈) 홍보관리관은 "금품 살포 및 음식물 제공, 선심관광 등 금권선거가줄어들자 상대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이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선거쟁점이없는 것도 상대후보 비방과 흑색선전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감정 조장이나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은 우리 선거문화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관계당국의 철저한 방지대책 강구를 촉구했다.

이들은 그러나 제도적 장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유권자들이 이런 후보는 절대뽑지 않음으로써 이들에게 냉엄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 선거문화를 선진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미디어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도 이번 선거운동의 특징이다.전반적으로 선거의 쟁점이 없는데다가 방송시간이 심야나 낮에 편성된 점, 횟수가 늘어남에따라 TV토론의 내용과 형식을 특화시키지 못한 점이 주요원인으로 지적됐다.

현재까지 선관위가 적발한 불법선거운동 사례는 9백53건으로, 지난 95년 6·27선거때의 1천2백40건에 비해 대략 4분의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공명선거 분위기가 점차 정착돼가고 있는 측면도 작용하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금품제공' 등 후보자들의 탈법선거운동이 다양화, 지능화되고 있는 반면에 선관위의 감시체제와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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