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담담한 지적성찰 반소의 언어들

등단 이래 시적 대상에 대한 관찰로부터 일정한 반성을 이끌어내는 구조를 일관되게 구축해온 시인 김광규씨(57). 최근 일곱번째 시집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문학과 지성사 펴냄)에서 그의 여전한 시적 탐구를 보여줘 관심을 끈다.

그의 반성의 언어는 감정의 지극한 절제속에서 이뤄져 담담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나 그 담담함의 이면에 숨어 있는 깊은 지적 성찰과 예리한 아이러니는 표면상의 담담함과 긴장을빚으면서 오히려 더욱 강력한 설득력을 낳는다. 문학평론가 홍정선씨는 그의 본질적 측면과관련, '나쁘게 변화해가는 것들'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의식이 김광규적 보수주의 핵심이라고말하고 있다.

김씨는 맑은 시냇물이 시커먼 폐수로 바뀌고('홍제천'), 게와 망둥이가 숨어 살던 갯벌도 논밭도 성황당 나무도 사라지고 대신 정유공장이 세워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폐유와 오수가 고여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도시가 생겨나는('시름의 도시')변화를 비판한다. 시인은늙음이나 죽음등 자연적 시간이 가져다 주는 변화가 아니라 도시화·산업화의 진행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시간을 겨냥해 비판한다.

문학평론가 성민엽씨는 "김씨의 시쓰기는 IMF체제가 4·19세대의 패배라는 측면을 가지고있다고 볼때 4·19 세대의 의식을 대변하며 양심의 소리를 최후까지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귀중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양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75년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했다. 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이후 '아니다 그렇지 않다''좀팽이처럼'등을 계속 내며 형태적 산문성이 놀라운 시적 긴장으로, 내용적 상식성이 빛나는 지혜로 승화되는 시 세계를 보여줘후배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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