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남구 대명9동 신계덕 할머니(69)의 별명이다.
소원을 빌면 이뤄지는 영험한 장소라는 소문이 퍼져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이 많은 앞산 안지랑골 등산로 중턱의 왕굴을 7년째 청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을 찾는 이라면 누구나 큼지막한 배낭을 지고 병과 쓰레기를 줍는 자그마한 몸집의 왕굴 할머니를 쉽게 볼 수 있다.
"정성을 드리려면 뒤처리까지 잘 하고 댕겨야 진짜 정성이지. 사람들이 그걸 몰라"초를 밝히고 돼지머리와 막걸리를 준비하지만 정작 산을 내려갈 쯤이면 기도할 때 정성은온데간데 없어진다는 것이 왕굴 할머니의 불만.
덕분에 왕굴 주변을 허옇게 물들인 촛농을 긁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는 할머니는 쉴틈이 없다. 여름이면 아예 왕굴에서 밤을 지새며 촛불 때문에 시커멓게 된 왕굴 벽을 닦고 겨울에는 눈을 쓸고 위험한 돌들을 치운다.
"나이드신 분이 애쓰시는게 안쓰러워 한 번 따라나섰는데 자기 집이라도 그렇게 깨끗하게청소하지 못할 거예요"
동네주민 홍경숙씨(40)는 왕굴 할머니의 정성스러움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할머니가 청소봉사를 시작한 데는 가슴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
9년전 당시 42세였던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눈앞이 캄캄해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할머니는 가슴에 맺힌 울화를 풀기 위해 무작정 산에 올랐다가 쓰레기로 엉망이 된 왕굴을 보고 청소를 시작한 것이다.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이렇게 왕굴에 집착하는지" 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아들을 잃은 슬픔이 가득 담겨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건 관계없지만 청소하면서 '고맙다'는 말보다 나쁜 소리를 들을 때가더 많은 것이 아쉽다고 할머니는 털어놓는다.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한마디 하면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이게 네 산이냐, 네가 뭔데잔소리냐' 라고 반말을 할 때가 많아 기가 막히지"
앞산 관리자들의 이해 부족도 어려움중의 하나. 산불 방지를 위해 등산객들의 입산을 금지할 때면 할머니도 산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산을 찾는 기도객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산밑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내가 살아야 얼마나 살겠소. 산에 오를 기력이 있는 날까지 청소를 계속해야지"7년동안의 봉사가 주변에 알려져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우리환경 지킴이'로 선정되기도 한왕굴 할머니.
관계당국으로부터 '청소 자원봉사자' 증서라도 받아 죽는 그날까지 마음 편히 청소를 하고싶은 것이 조그만 바람이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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