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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심야 영업단속반이 철 셔터를 간신히 열어 젖히고 '룸살롱'을 기습했지만 미리 눈치챈 술꾼과 종업원들은 모두 뒤쪽의 비밀 문으로 달아나 허탕이었다. 빈 방에는 술자리가 어지럽게널려있었고…. 마치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같은 이런 광경들은 우리들이 지난 8년동안 TV를 통해 적지않게 보아온 익숙한 모습들이다. 정부는 지난 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묶었던 유흥 음식점등의 심야 영업을 8월부터 철폐키로 했다. 정부가 규제를 철폐한 것은 규제의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데다 단속 공무원 비리의 온상이 되기 때문이란 것이다. 관계자들은 어차피 철폐할 것이라면 경기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만큼 '밤새워 가며 술마실 사람이 없는' 요즘이 규제 철폐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것. 심야영업 규제는 그동안위헌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94년에는 한국 유흥업중앙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했고 또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질의 행정규제란 혹평을 받기도 했었다. 부산.인천.대전등의 경우 새벽 2시까지 영업시간을 완화했더니 음주관련 범죄가 3~17%가량 줄고 포장마차의 24%가 감소했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에서도 무턱댄 규제가 능사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의 규제철폐로 여성단체와 청소년보호단체에서 지적하듯 과소비 풍조를 만연시키고 성(性)의 상품화를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 영업을 양성화시킨 대신실질단속은 강화해서 청소년을 보호해야할 것이다. 제돈 내고 술마시면서도 범죄집단처럼숨어서 술먹고 또 이를 잡으러 다니고 하는 악순환을 이번 기회에 끊었다는데서 일단은 환영할만하다. 앞으로 업소의 불법행위가 철저히 단속되고 청소년 보호등 강력한 보완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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