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직원들은 요즘 뒤숭숭해 업무가 좀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동서 분할 구도 속에 강원과 영남에서 유일한 국민회의 소속 군수를 탄생 시켰으나 살생부(殺生簿) 운운등 갖가지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문은 국민회의 신정당선자가 선거 유세 때 울진군의인사는 '채전밭 인사'라고 비판한데서 비롯됐다. 전군수의 처가인 '채'씨와 일족인 '전'씨가인사의 칼을 마구 휘둘렀다는 비유. 이에따라 구체적으로 지목된 군 간부는 물론 하위직 까지 신당선자 취임이후의 격변을 예상하며 술렁대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도 마찬가지. 간접적으로 선거를 지원한 간부가 적지않아 군수 후보가 공개적으로 섭섭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군수와 동향인 다사면 출신이 중용됐으나이제 밀릴 것이라 예상하며 하마평이 벌써 무성하다.
공무원의 동요는 대구 동구와 경북 포항시 등 현직 단체장이 낙선한 곳이면 어디서나 목격된다. 살생부 명단이 공공연히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현직 단체장이 재선된 경주시도 선거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선거전이 격렬해지면서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했고 관권 시비도 잦았던 탓. 기초의원 당선자가 돈을 뿌려고발, 곧 재선거를 치를 것이란 근거없는 소문도 나돈다.
공직사회의 동요는 주민 피해로 이어지기 마련. 행정력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문중대결, 소지역주의가 심했던 군단위 지역은 주민간의 반목도 심하다. 안동지역의 경우 한번 선거를 치르고 나면 1년에서 1년반정도 이웃간에 서로 얼굴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며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는 민주주의를 꽃 피우기 위한 잔치이자 일종의 게임일 뿐. 이제 뒷정리를 할때다. 특히 역대 최저인 투표율에서 보듯 정치권만 요란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많은 유권자들이 외면한 잔치였던 만큼 서둘러 설거지를 해야 한다.
지역감정으로 갈라진 동서를 잇는 일은 정치권의 몫. 마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 1백일 회견에서 "방미(訪美)후 지역대립 해결책을 찾겠다"고 천명한 만큼 여러 정파가 머리를맞대 국가 위기 극복이란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
행정이 할 일은 더욱 많다. 전임 단체장이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하고 4년 살림살이를알뜰하게 짜야 한다.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의 불신을 새로운 희망으로 녹여야 한다. 지방자치의 꽃이 얼마나 아름다우냐는 것은 민선 2기가 어떤 길을 걷느냐에 달려있다. 선거 논공행상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시민 역할도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권을 외면하고 정치적 판단이 다른 세력을 적대시하는것은 민주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한나라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에 달려있다는 말의 의미에 대한 되새김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시민이 제자리에 서 있어야 힘을 내는 '생물(生物)'일지도 모른다.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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