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찡한 연민과 익살, 요절복통 웃음, 향수를 자극하는 정겨움…. 문화예술계에 때아닌 복고바람이 거세다.
노래와 춤으로 시끌벅적한 악극이 붐을 이루고, TV드라마·광고에는 50~60년대의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시절의 우리모습이 재현되며, 전시장에는 추억속의 풍경들과 옛사람들의 모습이 시간을 건너뛰어 다시 등장한다. 복고무드가 IMF시대 새로운 문화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는 것.
문화예술 장르중 복고바람이 가장 드센 곳은 연극무대. 올들어 '불효자는 웁니다'로 포문을열어 '눈물젖은 두만강' '눈물의 여왕 전옥' '이것이 유랑극단' 등 대기업과 유명극단들이제작한 창작악극이 전국순회공연을 가졌거나 가지고 있다, 이달엔 또 '이수일과 심순애''그때 그 쑈를 아십니까'등의 악극무대가 대구를 찾는다.
얽히고 설킨 주인공의 불행과 권선징악, 마침내 찾아온 해피엔딩 등 통속적인 재미가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트로트 분위기에 향수를 느끼는 중장년층이상이 관객의 80~90%를차지.
창작악극외에 50년대 미국청소년의 모습을 그린 리바이벌 뮤지컬 '그리스'도 이달중 대구에서 공연될 예정으로 있어 동·서양 악극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TV드라마의 경우 60~70년대를 배경으로 홀어머니와 여섯자녀들의 가난하지만 따스한 삶의모습을 그린 '육남매, 역시 60~70년대 격동기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일가의 삶을 다룬 '야망의 전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KBS '용의 눈물'과 그 뒤를 이은 '왕과 비', MBC '대왕의 길'등 최근 맹렬한 기세로 인기가도를 달리는 사극 열풍도 요즘의 복고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 요인. 전원주·명계남 등 만년조연이었던 일부 중년연기자들의 인기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점 역시 시청자들의 복고선호의식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광고분야에서도 50~60년대풍 복장과 옛 천연색사진같은 화면, 변사풍의 말투가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맥주광고와 촌스런 통치마차림의 중년탤런트가 지붕위를 달리는 이동통신 광고 등 복고풍이 나타나고 있다.
미술·사진 등 전시장도 마찬가지 현상. 서양화가 서정곤씨가 신의주역·옛 조흥은행본점등 이미 사라졌거나 추억속에만 남아있는 유명건물들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다.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오는 7월의 기획전'사진과 그림의 만남-풍경의 옛향기전'(가제)에서 나혜석의수원 화성문, 이인성의 계림풍경 등 지난 30년대부터 60년대까지 한국의 풍정이 담긴 옛그림들과 젊은 사진가들이 같은 장소의 현재모습을 찍은 사진작품을 나란히 전시할 예정이다.전업미술가협회 대구지부는 오는 8월 창립전의 주제를 '대구의 어제와 오늘전'으로 정하고계산성당, 서문시장 등 대구의 1백년전 모습과 현재모습, 그리고 대구를 빛낸 저명인사들의생전모습등을 작품으로 재현할 계획이다.
사진부문에서는 최근 정성길씨의 '1백년전 대구풍물'전, 김성일씨의 '폐교'전에 이어 이달들어 강문배씨의 '대구의 옛모습-그때를 아십니까'전, 간도이주민 및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이야기를 다룬 류은규씨의 '잊혀진 흔적'전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최근 대중들의 복고선호 세태에 대해 원로화가 정점식씨는 "IMF로 인한 시름을 잠시나마 잊고싶은 잠재의식이 현실을 떠나 과거의 것들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풀이했다.
복고풍 문화예술은 요즘의 '요란하고 방방뜨는 신세대문화'에 낯설어하는 중장년층에 친근하게 다가가 대중적으로 문화향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있다. 그러나 감상(感傷)적이고 표피적이며 병리적인 요소때문에 현실도피 성향이 짙고 우리사회전체의 활기를 떨어뜨리고 무기력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고'라는 통로로 문화예술에 한발 가까이 다가온 중장년층에 건강하고 지속적인 문화향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문화예술계가 풀어야할 하나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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