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속파 신세대 재래시장 쇼핑바람

현충일이자 토요일인 지난 6일 오후 5시. 동산상가 뒤편에 위치한 구제품점에 들어온 두 여고생. 예쁘고 깜찍한 디자인의 블라우스와 남방 티셔츠가 잔뜩 걸린 벽면을 쓱 훑어보더니옷걸이에 걸린 진한 청색의 치마를 집어들었다.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나란히 구제품점을 십수년째 하고 있는 주인 아줌마는"IMF인데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노"라면서 맘씨좋게 5천원짜리를 3천원에 내준다. 이어서40대 어머니와 함께 들어선 남고생은 어깨에 울러메는 커다란 보세가방을 5천원에 사간다.대구시 서구 내당동에 사는 미시주부 고희영씨(31)는 장난감이나 일상복을 사러 자주 서문시장을 찾는 시장파. 이날도 시지동에 사는 언니 인영씨와 함께 세자매가 여름철 윗옷.스타킹양말.매니큐어.나물 등 먹을거리.입을거리를 한꺼번에 구입, 만족스레 집으로 향한다. "요즘같은 IMF시대에 단돈 몇만원이 어디예요"

비교적 싼값에 여름 평상복을 구입한 희영씨는 "정장류를 구입할때가 아니면 백화점을 잘찾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동성로파 뺨치는 센스를 자랑한다. 요즘 한창 유행인 군복차림 멜빵바지에 흰색 티셔츠로 멋을 내었다.

으레 아줌마들이나 할머니들이 찾는 곳, 젊은층에는 인기가 없는 곳으로 여겼던 서문시장을찾은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당수가 젊은이들이다. 미시주부에서 여고생까지, 친구간혹은 자매.연인간에 시장을 찾는 젊은층들의 얼굴에 소박한 활기가 넘친다.

홈패션 소재와 자투리 옷감을 파는 2지구 2~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앞에서 성인 남자 바지만전문으로 파는 리어카 옷장수 아저씨는 "평일보다 공휴일이면 젊은층들이 시장을 많이 찾는다"며 IMF 이후 야외 나들이대신 시장나들이에 나서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들려준다.최근에 이사한 20대 직장인 김지영씨는 서문시장에서 흰색 골무늬 천 6마를 떠 침대커버를직접 만들었다. 중간에 길쭉하게 박는것만 재봉틀집에 맡기고 사면 가장자리는 손으로 듬성듬성 궁그렸다. 거칠게 마무리 된 뒷맛이 매끄럽게 빠진 상품 침대보와는 또다른 친근감을더해준다. 1만5천원으로 침대보를 만들었다. 마지는 3천5백원~5천원, 아크릴 혼방마 2천원,사카면 3천~3천5백원.

젊은 사람들이 서문시장으로 향하다보니 수입액세서리점이나 조화 가게, 팬시용품전문점, 생활한복전문점, 미니커튼점, 수입방향제, 리빙용품 전문점, DIY가게, 종이접기재료, 대마전문점도 성업중이다.

서문시장을 찾는 쇼핑객은 차량으로만 하루에 3천대. 주차장 관리인들은 "주차장이 완비되고 냉난방제도가 갖춰지면서 젊은 여성들이 시장을 찾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들려준다. 그러나 쇼핑객들에게 무료주차 혜택을 주는 백화점과는 달리 전부 유료주차인 점이 불편하다.▼모자점 이용하기:동산상가 앞쪽에 나란히 붙어선 모자점은 여름 멋쟁이들이 빠뜨릴 수 없는 여름 필수 쇼핑점 12개가 붙어있다. 밀짚모자.바캉스모자.정장모자.야구모자 등 약 2백50여가지의 디자인이 준비돼있으며, 정장류에 어울리는 모자는 1만~1만5천원, 야구모자는 2천5백~5천원, 아동모자는 5천~8천원, 남자용 모자 5천~1만원. 올해는 특별난 유행모자가 없고,젊어 보이며 보관이 간편한 캐주얼모자가 많이 쓰인다.

▼완구점 이용하기:완구는 시중가액보다 30~40% 싸게 판매하고 있으며, 1백여 브랜드의 1만여가지 완구를 갖추고 있다. 동산병원 맞은편 육교 인근에 10여개의 완구점이 자리잡고 있다.

▼홈패션물 이용하기:서문시장하면 홈패션, 홈패션 하면 서문시장을 떠올릴만큼 소재도 풍부하고, 홈패션에 필요한 부대서비스도 골고루 갖춰져있다. 2지구 2층에 레이스나 홈패션 천을다양하게 팔고 있으며, 동산상가 뒤편 좁은 골목안에도 홈패션용 커튼봉이나 마직 면직 날염천이 풍부하게 갖춰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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