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결혼한 김경섭씨(29.현대해상화재보험 대구지점)는 IMF로 직장에서 직원용 주택자금 장기저리 대출이 중단되자 분가를 포기하고 당분간 부모님 슬하에서 살기로 아내와 합의했다. 김씨는 주택전세자금을 비축해두었지만 다소 돈이 모자랐던 상태.
"돈을 무리하게 빌려서 빚으로 새출발하느니,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생활비를 아껴 한푼이라도 저축하자"는 신세대 아내의 '뜻밖 시집살이'제의를 고맙게 받아들인 김씨는 어른들이사는 팔공산 밑 아파트로 들어갈 계획이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이진우씨는 '결혼 분가' 7년만에 본가행을 감행했다. 맞벌이도 아닌데다IMF 이후 월급이 깎여 당장 생활비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33평형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아놓고 중도금 넣기에 급급했던 이씨는 더이상 은행빚을 얻는게 불가능하다고여기던 차에 "전세금이라도 빼서 중도금을 넣고, 완공될때까지 들어와 살아라"는 어머니의말씀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비교적 집안 공간이 넉넉한 편이라 아내도 당연히 두손들어 환영했다. 손위 시누이가 독신이라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사회생활을 많이 한 덕분인지 '시누이값'보다 친정 맏언니처럼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었다. 시어른들도 온가족이 일찍 귀가하여 친손주.손녀의 재롱보는 재미에 새삼 사람사는 낙을 느낀다고 흐뭇한표정들이다. '시한부 시집살이'를 자청한 아내가 다행히 잘 적응하고, 어른들도 만족한 기분이자 이씨는 진한 가족애가 전하는 생명력을 크게 느끼며 IMF시대에도 기죽지 않고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꾸려나간다.
대구시 달서구 대곡주공 24평형에 사는 박선희씨도 최근 시댁과의 합가를 결정, 집주인에게전세금 2천9백만원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시부모님이 더 연로하시면 들어가 살려고 했는데,제가 IMF로 일자리를 잃었는데다가 시댁에서 주택 2층을 비워두지 말고 들어오라고 해서그 시기를 앞당겼다"고 털어놓은 박씨는 남편의 얇아진 월급만으로 한달생활을 꾸려나가기가 버거운 마당에 전세금을 고금리상품에 예치해두면, 다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씻을 수있지않느냐고 밝힌다.
그러나 결혼후 고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가정에서는 '자청 시집살이'가 관계 악화로 치닫는 경우마저 없지않다. 시집의 가풍이나 시댁식구와의 화합이 안돼 떨어져나갔던 며느리가 '경제난'으로 시집에 들어오면 "너거 봐라. 뭐하나 제대로 하나"라는 용심까지 작용, 결국 며느리들이 친정으로 가버리는 IMF형 별거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군의관인 남편이 강원도에서 전라도 이동되는 바람에 대구 시집에 들어온 약사 며느리가 구태여 경남지역 개업을 고집하는 바람에 손주를 키우는 50대의 한 시어머니는 "평생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이제는 며느리를 모시고 살판"이라며 넉두리를 늘어놓기도.이춘옥씨(경북대강사.사회학)는 "고부가 한집안에 살면 '다정도 병'임을 명심, 비교적 무심한가운데 서로를 맞춰가려고 속도를 조절해야한다"며 IMF식 시집살이의 비결이 비교적 간단함을 강조한다. 〈崔美和.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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