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金賢哲)씨 납치사건은 오순열(吳順烈.54)씨 일당이 무려 5개월간에 걸쳐 치밀한 준비를 했음에도 막상 그 실행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관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마디로 납치를 위한 사전준비는 수준급이었는데 그 실행은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15일 오전 9시40분. 오씨 일당은 여느 아침처럼 등산을 위해 개인운전사 연제광(延濟廣.44)씨가 모는 승용차로 북한산 주차장으로 가던 현철씨를 당초 계획대로 차량 납치하는데 성공한 뒤 구기터널을 빠져 은평구 불광동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러나 이들은 차안에서 심하게 반항하는 현철씨를 제지하지 못했으며 차문을 열고 달아나는 현철씨를 따라가 붙잡기는 커녕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반면 오씨 일당이 어처구니없게 막을 내린 납치극을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여느 탐정소설에 나오는 '어지간히 똑똑한' 범인들에 견줄만 했다.
지난 1월초 범행대상으로 현철씨를 고른 오씨는 범행전 한달 동안 여관과 다방등지를 오가며 공범들과 잇따른 '작전' 회의를 갖는가 하면 현철씨가 매일 오전 9시30분이면 어김없이북한산 등산에 나선다는 것도 탐지해 냈다.
더구나 한때 청와대 22특경대에서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 출신 이기본(李起本.44)씨까지 범행에 끌어들였으니 납치각본은 주도면밀함을 더해 갔다.
지난 2월에는 납치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실패한 YS 정권의 탄생을 위해 목숨걸고 투쟁한 책임을 지고 김정권의 실정을 온국민에게 사과하며 죽음으로써 국가와 민족앞에 사죄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해 둠으로써 현철씨 납치가 돈을 뜯어내기 위한 치졸한 짓거리가아니라 뚜렷한 대의명분이 있는 '거사'인 것처럼 포장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오씨 일당은 실제 이들이 노리는 돈 3억원을 뜯어내기 위해 현철씨 협박용으로서울 청계천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사들인데 이어 고문기계라 할 수 있는 전자충격기도 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계획이 아무리 치밀했더라도 "김현철씨 같은 거물이 설사 우리한테 납치돼 3억원을 빼앗기더라도 경찰에 신고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공범 이씨의 진술은이들의 대담한 납치모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어쩌면 처음부터 납치극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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