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한 '햇볕정책'이 조금씩 성과를 얻어가려는 이때에 하필 동해상의 우리 영해(領海)에서 북의 잠수정이 꽁치잡이 유자망(流刺網)에 걸려든 것은 무슨 징조인가. 96년9월 강릉에 침투한 잠수정 도발사건으로 준전시(準戰時)상황을 겪은 우리로서는 또다시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당시 침투한 26명가운데 거의가 자폭했으나 1명은 끝내 놓치고 만 기억이 생생하다. 이때문에 당시 정부는 북의 도발에 엄중 경고, 사과를 받아내면서 남북관계는 얼어붙고 말았던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북의 대남 전략.전술이 변화되지 않고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먼저 화해와 협력의 이니셔티브를 취해나간다면, 결국은 북한도 개방과 개혁의 대남노선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소위 햇볕론을 앞세워왔다. 그래서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이 성사됐고 오늘 7년만에 유엔사, 남.북 장성급 판문점회담도 개최키로 하는등 화해분위기가 익어가고 있던 참이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그룹이 판문점에서 열기로 한 대한(對韓)투자 세미나 문제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오늘 귀환하는 정주영씨는 비록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남북의 경제협력분야에 대한 북한의 메시지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여 우리정부로서는 이번 잠수정 영해침범사건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모처럼의 해빙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단순한 발상이나, 이 정부가 뭔가 남북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업적을 보여야겠다는 강박관념에만 너무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이다. 급선무는 북한 잠수정의 고의적 도발인지, 기관고장.항해착오등 불가피한 영해침범인지 여부를 한점 의혹없이 밝혀내는 일이다. 왜냐하면, 북의 도발이 확실한데도 그냥 넘겨버린다면 결국 북한의 대남노선은 변화하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로부터 받을 것은 받아 챙기면서 적화통일노선은 더욱 다져나갈 것이 분명하기때문이다.
남북관계에 있어 근본은 상호주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지만, 체제가 우월한 우리가 상호주의에만 매달려 있을수만은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지원을 해나가면, 언젠가는 북한도 개방의길로 나올 것이란 믿음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우방인 미국과 일본도 상당히 우려하는 논평을 내고 있다.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합참의 조사결과에 따라 단호한 의지표명과대북경고.사과요구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다시한번 안보태세에 허점을 노출한 것은 안타깝다. 공작요원 침투용으로 알려진 잠수정을 어민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또 무슨 준전시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남북화해의 길은 아직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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