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SW지원센터 7개 입주업체

한글과 컴퓨터사의 '아래한글' 포기선언 이후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이제 컴퓨터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본체나 기억장치, 입출력장치와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하드웨어를 움직이게 만드는 무형의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가 됐다.

이 믿기지 않는 사실에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청춘을 바치고 있다. 지역에도 이같은 '성공신화'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대구소프트웨어지원센터(대구시 동구 효목동 데이콤빌딩내)가 개소 9개월만에 이 분야에서 주목해야할 자리를 차지한 것도 이들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구소프트웨어 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는 업체는 고작 7개. 대표들이래야 20대나 30대. 하지만 어느 업체하나 소홀히 볼 수 없다. '컴퓨터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저마다 꽃 하나씩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여섯번의 심사를 거친 이들이 지원센터에 입주한 것은 지난해 9월. 가진 것이라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꺼질줄 모르는 정열 뿐. 약간의 사회경험마저 없는 이도 있었다.11평의 사무실에 서너명 혹은 대여섯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하루를 보낸다. 업무상 외출이라도 없는 날엔 의자에서 24시간을 꼬박 지샌다. "의자는 두시간마다 나를 각성시킨다"는이들의 말처럼 수면시간은 의자에 앉아 팔다리가 저려오는 한두시간이 전부. '총각 결혼걱정' '유부남 이혼걱정'이 오가며 나누는 인사다.

그러기를 몇달. 하나둘 소식이 오기 시작했다. 중간품이나 완제품이 나오고, 주문과 계약요청이 들어오고. 연구와 개발에만 몰두하던 지원센터에 마케팅 바람이 불어닥쳤다.한두번의 실패는 당연지사. 받은 돈보다 애프터서비스에 더많은 돈을 들이는 경우도 있었다.프로그램 개발에 들인 열정에 비해 턱없이 적은 돈에 실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조금씩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릭 컴퓨터 시스템은 이전에 쌓은 1년반의 경력답게 입주 두달만에 업체에 납품했고 지난 5월에는 대구시 벤처자금 지원대상에 선정됐다.

씨엔에스 컨설팅은 PC통신과 인터넷을 연동할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채팅 프로그램을 개발, 부동산 전문정보제공업체인 까치라인과 대구시 남구청, 달성군청 등에 공급했다. 제품을계속 업그레이드 하면서 서울, 경기 등의 지역에 대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지역 유일의 방화벽 시스템업체인 웰컴정보시스템은 지난달 시제품을 완성, 2개업체에 납품했다. 현재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며 오는 10월쯤 발표회를 가질 예정.

응용프로그램과 스캐너를 이용, 손으로 쓴 글자나 숫자의 이미지를 인식해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중인 모닝 소프트는 상당한 성과가 기대되는 업체. 게임 개발업체인 민 커뮤니케이션은 완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유통업체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으며 건설업체 통합업무를다루는 길소프트웨어, 화상정보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명소프트웨어연구소 등도 성공을 향한준비에 분주하다.

하지만 이들의 앞길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벤처기업의 산실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성공확률은 겨우 5%. 실리콘밸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조건과 환경을 뚫고 성공하기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선 개발에 들어가려 해도 지역에서는 우수인력이 극히 부족하다. 조금만 뛰어나면 서울로서울로 향하는 현실. 게다가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공략해야할 틈새시장에 필요한 인력은 지역에서 배출될 곳이 거의 없다.

생색내기식 자금지원도 문제. 기술만 있으면 된다고 해 찾아갔다가 막상 보증이나 담보 요구를 받고 보면 이만저만 허탈한 일이 아니다. 또한 연구개발에 마케팅까지 함께 하다보니업무효율도 떨어진다. 이밖에도 실패를 향한 길은 성공의 좁은 문에 비해 한층 넓게 많이놓여있는 것이다.

아직 이들의 성공은 빛나지 않는다. 대단한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똥별처럼 작은 성과만 거둔채 이름마저 사라진 수백, 수천의 소프트웨어 업체를 뒤따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특화해야할 산업과 그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현재의 지역상황에서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인 소프트웨어에 바지는 젊음을 외면할 수는 없다. 실직이나 미취업에 절망하는 이들의 동료와 후배들을 올바른 일꾼으로 세우기 위해 더더욱 그러하다. 〈金在璥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