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은 짓궂었다.
4백21야드의 마지막 18번 홀. 1타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세리보다 한 홀 앞서 경기를 시작한추아시리폰(태국)은 그린위쪽으로 훌쩍 날아가 홀컵을 9m 지나치는 세컨샷을 날렸다.경사면은 내리막이어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기에는 어려운 위치.
경기를 지켜보던 대부분의 골프팬들도 마지막 홀을 남긴 박세리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추아시리폰 역시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사실상 포기한 상황.
그러나 캐디를 맡은 오빠와 몇마디 주고 받은 추아시리폰이 툭 밀어친 공은 짧은듯했으나 하염없이 굴러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5오버파로 박세리와 공동선두.
추아시리폰도 믿기지 않은 듯 손으로 입을 감싸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어 18번홀에 들어선 박세리.
침착한 표정의 박세리는 예의 간결하면서도 힘찬 스윙으로 드라이버샷을 2백74야드나 날렷다. 남은 거리는 1백47야드.
왼쪽에는 해저드가 있었고 오른쪽은 긴 러프, 뒤에서 방향을 잰 박세리는 아이언을 한두번 휘두른뒤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긴장된 순간이었지만 박세리는 21세의 나이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샷을 날렸다. 그린앞쪽에 붙어있는 핀을 직접 공략한 것.
볼이 홀컵 왼쪽 3m 지점에 떨어지자 갤러리들은 탄성을 질렀고 박세리도 샷이 마음에 든 듯 만면에 웃음을 띤채 늠름하게 그린위로 올라갔다.
버디퍼팅만 성공하면 박세리는 세계골프사에 또다른 역사를 창조하는 셈.
박세리는 파트너인 맥코이의 퍼팅모습을 지켜본뒤 천천히 볼 근처로 다가서 홀컵 앞뒤, 옆을 오가며 상하좌우 경사를 세밀하게 살폈다.
이윽고 볼라인을 마음속에 그린 박세리는 입술을 굳게 다문채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홀컵을곁눈질로 3번 쳐다본뒤 몇차례 연습스윙.
이어 가벼운 터치, 그러나 들어갈 듯이 보였던 공은 홀컵 왼쪽 20㎝ 지점에 멈춰섰다.갤러리들 사이에서 일제히 한숨이 새어나온 반면 클럽하우스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추아시리폰은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지은 박세리는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듯 천천히 홀컵으로 다가와 마지막 파퍼팅을 성공시키고는 "Thank You"를 연발하며 갤러리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운명의 여신이 한없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추아시리폰은?
▨추아시리폰은
98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박세리와 함께 연장 결승 대결을 벌일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21)은 듀크대 3학년에 재학중인 태국 이민 2세.
추아시리폰의 US오픈 출전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로 지난해에도 아마추어 선수중 최고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엔 이스턴아마추어대회에서 12번홀 플레이오프끝에 극적으로 우승한 것을비롯해 96년과 97년 애틀랜틱코스트 컨퍼런스챔피언십을 2연패했으며 올해엔 하더홀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정상에올랐고 커티스컵에 출전할 미국 대표팀에도 뽑혔다.
---US오픈 연장전 18홀 추가경기로 승부
US오픈골프대회 연장전 방식은 다른 대회와 달리 1라운딩을 더 해승부를 가린다.대부분의 골프대회는 라운딩을 끝낸 뒤 동타가 나왔을 경우 홀 바이 홀(Hole by Hole)방식, 즉 1홀씩 경기를 펼쳐 승패가 갈릴 때까지 경기를 계속한다.
즉 녹아웃방식이다.
그러나 US오픈골프대회는 다음날 1라운드를 다시 해 승패를 가린다.
18홀을 해서도 승부가 안나면 다른대회와 같이 서든데스방식으로 승부를 가린다.한편 브리티시오픈에서는 동점이 됐을경우 3홀경기를 해서 승자를 가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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