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고속철 지상화 안된다

정부는 IMF시대를 맞아 7천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기 위하여 경북고속철도 대구구간의 지상화 건설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과연 지상화 건설로 인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과 대구도시권 전체에 미치는 엄청난 악영향과 그 파장을 과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검증을 통하여 도출된 최종안인지 커다란 의문이 제기된다.

7천억원이란 예산절감 효과는 단지 지상화와 지화화의 일방적인 건설비용의 차이로 추정한 값이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건설비를 절감하기위하여 자칫 대구도시권 전체가 황폐화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구는 약 1천㎢ 도시계획상의 면적을 가진 단핵도시이며 달성군을 제외하고는 토지자원이 이미 고갈된 고밀도의 인구를 가진 열악한 도시이다.

이미 경부선이 동·서의 도심관통으로 인하여 대구시 40%의 면적을 가진 남쪽에 70%의 인구가 집중되어 있어 불균형 기형도시로 자리잡고 있는 이때에,또다시 고속철도가 동·서방향의 지상화로 통과한다면 복·복선철도가 될 것이며 대구는 남과 북이 갈라진 영원한 비운의 슬럼화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도시미관의 저해와 토지잠식, 소음, 진동, 전파장애, 일조권침해, 환경분쟁, 토지보상 등 무수한 시민들의 피해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지상화건설로 인한 구조물의 노출, 방음벽 설치등은 도시미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초래하며, 길이 20km에 최소폭 20m(시설녹지포함)를 잡아도 12만평의 순수토지잠식과, 방음벽을 설치하더라도 반경 1백m에서73dB(A)의 소음치가 예상되므로 주민이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위험수위에 도달할 것이며, 고속철도공단에서 이주범위를 정한 반경 50m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60만평에 달하는 주민들의 이주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토지잠식은 평당 1백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7천2백억원에 이른다. 환경문제 또한 심각하다. 기존의 시속 100㎞전후인 재래식 열차는 레일과 바퀴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음이 주소음원이므로 소음원이 바닥에 있어 방음벽설치로도 13㏈(A)정도의 소음저감 효과가 있어 유리하나, 시속 240㎞를 상회하는 고속철도는 공력소음으로써 차체자체가 소음원이므로 기존의 방음벽기술로는 제어가 어려운 실정이며, 첨단신소재를 사용한 간섭형방음벽기술개발이 시급한 향후과제로 남아있어 불투명하다.

따라서 대구도심통과로 인한 주민들의소음피해는 6천가구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며, 정상개통시 고속철도가 2분마다 도심을 통과하고 기존의 경부선이 1일 2백회이상 달릴 것이므로 그 파장은 대구전체의 커다란사회문제로 비화될 전망이다.

가까운 예로 일본국철이 1964년 신칸센을 개통한 이래 21년뒤인 1985년에 지역주민의 3만2천가구와 각종기관에 대해 현재의 화폐로 3조원에 가까운 액수를 소음피해보상으로 지불한바 있다.

우리는 지금 눈앞에 당면한 7천억원의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앞으로 예측되는 물질적,경제적, 사회적 비용 등의 피해가 몇배 더 크다는 것을 논의해 보았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가장 경제적인 비용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할 대구도시건설의 대안과 청사진은 없는가.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도심을 관통하고 있는 경부선이설을 갈망해 왔다.

이 기회에 지하50m로 설계되어 있는 고속철을 지상에서 파들어가는 공법인 소위 '오픈 컷(Open Cut)공법'이라 불리는 개착식을 통하여 경부선과 경부고속철을 복·복선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이 공법은 유럽에서도 성공을 거둔 전례가 있으며 지상의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건설비 또한 지상화 건설 비용보다 조금 더 소요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최대의 효율성이 있는것으로 나타나 있다.

설계는 어차피 역사와 노선 모두가 지하화로 되어 있으므로 오픈컷 공법으로 변경하면 지상화로 변경하는 것과 거의 같은 절차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때 대구는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도시공간개발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경부선과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지상의 공간은 녹지공간을 조성해 대구시민의 휴식처와 환경벨트로구축할수 있으며, 공공의 용도로 사용해 대구시 수익사업으로도 가능하며, 그외 대구시민을위한 소중한 토지자원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제 정부는 IMF시대로 인하여 예산절감이라는 거대한 명분보다는 국민이 신뢰할수 있는정책결정의 투명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동대구역세권이 지상으로 형성되고대구~부산간의 기존선 전철화가 제기능을 상실할때 대구의 도시는 혼란스러운 위기를 맞게될것이다. 이땅에 금세기 최고의 선물인 경부고속철도를 국민적 여망에 따라 건설해 후손들이 자손만대로 번창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백년대계와 더욱 거시적인 안목으로 대구지상화문제를 재검토해 주길 바라며, 일본 신칸센과 같은 불운한 교훈을 답습하지 않기를 전 국민의 이름으로 간절히 바란다.

〈김재석-경일대학교 교수·시 및 교통공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