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겉도는 식품·보건 행정

정부 당국의 식품보건행정이 요즘들어 겉도는 느낌이다.

IMF 한파로 예산과 인력 모두가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신속 명쾌하게 업무처리를 해야할당국이 당연한 검사업무조차 외면했나하면 소극적인 대처로 보건행정에 대한 국민 불신감만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방부제를 뿌린 중국산 및 태국산의 골뱅이, 번데기, 마늘장아찌 등에다 다시포르말린을 섞어 시중에 유통시킨 행위는 간접 살인행위나 진배 없다.

동남아 지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에 방부제를 뿌리는등 위생 상태가 불결한 것은 상식적인사실인데도 문제의 골뱅이류들이 수입당시 검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식품 보건 행정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런가하면 충청지역에서 생산되는 일부 생수(生水)에서 우라늄이 검출됐는데도 당국이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례나 컵라면 용기등의 환경호르몬 검출논쟁을 둘러싼 당국의 우유부단한 자세는 식품보건 행정을 불신하기에 충분한 것이 된다.

당국은 충청지역에서 생산되는 22개 시판 생수 가운데 2개회사 제품에서 우라늄이 기준치를초과한 것을 밝히고도 아직 별다른 조처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더구나 정자수감소와 생식과 관련, 암·불임을 유발하는 등으로 21세기판 흑사병으로 지목받는 환경호르몬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자세는 질책을 면하기 어렵다.

젖병·장난감과 컵라면 용기에 이어 우리가 상식하는 상추·깻잎등에까지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는 판에 식약청은 컵라면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했다가 환경부와 시민단체의 반론에 부딪히자 "컵라면 용기 실험후 20분이 지나면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고 정정, 원점을 맴돌며 체면세우기에 급급한 인상이다.물론 이처럼 식약청이 환경호르몬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물질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데다 기준치조차 명확지 않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러나 구미 각국이벌써 환경호르몬 문제에 발빠르게 대처해오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2008년까지 환경호르몬대처방안을 확정키로 미루며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은 너무 안이한 자세가 아닌가 한다.컵라면의 경우나 '골뱅이 무검사 통관'사례에서 보듯이 관계기관의 체면세우기나 무사안일한 자세가 국민보건에 얼마나 심각한 재앙을 초래하는 것인지 다시한번 지적한다.당국의 더욱 적극적인 식품보건행정이 요망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