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타대학에 비해 장애인 학생 비율이 조금 높은 편이다. 미술대학에도 이런저런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더러 입학한다. 이런 경우 보통 입학시험을 특례로 따로 치른다.
지난 입시에서는 장애정도가 무척 심한 C군이 시험을 치러 왔다. 장애자 특례입학 면접에서면접관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되도록 담담하게 진행하는 것이상례인데 전신마비에 언어장애마저 겹친 C군의 경우는 면접관이 마음의 평형을 유지하기어려울 정도로 심했다.
다행히 C군은 합격했고 마침 동급생인 L군이 적극 돕겠다고 나서 한층 신나게 학교를 다니게 됐다. 수업시간에는 입에 연필을 물고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처음 그 정경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라 할것없이 모두가 왈칵 눈물이 솟아나서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지난 봄 MT(요즘은 '모꼬지'라 부른다)를 가는 날, C군도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숙박시설도 학교와는 다르고 산행도 해야하는데 괜찮을까 하고 걱정을 했더니 학생들이 아무 걱정 마시라며, 오히려 C군의 휠체어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좋아라고 야단들이었다.둘쨋날, 산을 오르는데 혼자 걷기도 벅찬 가파른 산길을 남학생들은 서로 돌아가며 C군을업고 올라갔다. 무사히 산을 내려온 그날 저녁, 조별 장기자랑 시간에 C군은 친구의 대독으로 자작시를 발표했다. '나는 오늘 참 행복하다. 태어나서 오늘처럼 행복했던 날은 처음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아주 영원히…'
모든 학생들이 엉엉 울었고 나도 울었다. C군 덕분에 봄M·T는 우리 모두를 가슴 벅찬 감동으로 하나가 되게했고, 그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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