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이 방황하고 있다. 어느 시대나 십대는 골칫거리였던 것처럼 보인다. 자아가 형성되기시작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십대는 자신만의 문화를 가지려는 강력한 요구를 드러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좀더 넓은 지평에서 살펴보면, 십대들이 문제적인 세대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작가 미셀 투르니에는 '아동'이 '쪼가리 어른'이 아니라, 당당한하나의 개체로 인지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동복'의 출현을그 증거로 파악한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아동복'이라는 개념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옷은 따로 없었다. 크기가 작은 어른 옷을 아이들에게 입혔을 뿐이다.
최근 들어서 십대들의 문제는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십대들이 강한 구매력을 가지게 되면서, 십대들이 빠른 속도로 독립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것을 실현할수 있는 수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십대는 이미 어른들과 다른 공간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스타를 가지고 있고, 그 스타들을 체제 안으로 밀어넣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점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측면들을 기성세대가 명확히 인지하지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십대문화에 대한 우리나라 기성세대의 태도는 자가당착적이다. 한쪽에서는 '장사가 된다'는이유로, 십대들의 구미에 맞는 문화를 마구잡이로 만들어서 시장에 내어놓는다. TV화면이십대들에게 장악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TV가 제공하는 코드들만 따라 읽는다면십대문화는 이미 마이너리티가 이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에는 십대문화를 빼면 아무런 문화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0대만 되어도 벌써 '쉰'세대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여전히 교복을 입히고, 어른의 마음에 안 들면 모욕을 당하고, 교실바닥에 꿇어앉혀진다. 한쪽에서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지지리 못했다는 것을 자랑삼아 얘기하는, 열 몇 살에 돈방석에 올라앉은 자기 또래의 스타들이 밤낮으로 춤을 추어대고, 한쪽에서는 조금만 머리가 길어도 문제아 취급을 하며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자르는 어른들이 있다.아이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모순은, '반항'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십대들이 그토록 요란한 패션에 매달리는 것은, 그것이 '반항'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도 허용해주지 않는다. 미국 슬럼가에서 시작되었다는 '힙합문화'는 우리나라와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난스럽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현상은 사회적인 억압과어떤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상한 옷을 입는 것이 어떤 대단한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여겨지는 배후에는 '교복문화'로 대표되는 획일주의적 억압이 도사리고 있는 건아닐까.
교복은, 어린이의 독립적 실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점차적으로 교복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별 우스꽝스러운 꼴이 다 연출되겠지만, 그런 문제들은 연습 기간을 거쳐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 정히 어려우면, 머리 길이라도 어느정도 허용해 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숨쉴 구멍을 터주자. 이대로 가면, 아이들은점점 더 댄스가수들 흉내나 낸다. 베짱이들만 우글거리는 나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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