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노동자 산재에 불구되고 보상금마저 떼이고

지역의 한 기계금속업체에서 일하다가 오른 손목을 잘리는 산업재해를 당한 시라쥴씨(30.방글라데시)는 이달초 산재보상금 3천2백만원을 사장이 가로채 달아났다는 것을 알고 눈앞이캄캄했다.

시라쥴씨가 산재를 당한 것은 지난해 5월말.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의수를 낀 오른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목돈을 쥐고 귀향할 수 있다는 것이 마지막 위안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소망이 삽시간에 무너졌다. 지난달 말 부도가 나자 사장과 간부진이 모습을감췄다. 그들은 시라쥴씨의 산재보상금까지 챙겨갔다. 시라쥴씨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모 은행에 계좌가 만들어졌으며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가 이 계좌로 송금한 돈을 누군가 찾아갔다는 것.

지역의 한 사회단체에 몸을 의탁하고있는 시라쥴씨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는 한국에서 자신도 모르게 계좌가 만들어졌고 근로복지공단이 본인 여부도 확인하지않고 보상금을송금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체측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약점을 악용해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중국인 왕검이씨(41)는 지난 4월 지역의 모 제과회사에서 작업 중 왼쪽손에 중상을 당하고산재보상금 1천3백만원을 받기로 했으나 공단측에서 보내준 돈은 8백만원에 불과했다. 위씨는 "사장이 5백만원을 자신이 대체 지급했다고 공단측에 거짓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선족 교포 김모씨(45.여)는 지난 3월 모 기계금속업체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해 보상금 1천8백만원을 받고 출국했으나 업체측에서 5백만여원의 체임을 지급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지역의 한 사회단체에 알려왔다.

선교단체인 '내일을 여는 사람들의 집' 김경태 대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치명적인 부상을대가로 얻은 보상금마저 횡령하는 것은 IMF 이후 우리 사회의 도덕성 파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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