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태평양을 넘어

임화는 그의 시 '현해탄'에서 '이 바다(현해탄) 물결은/예부터 높았다'고 하면서도 '청년들은 늘/희망을 안고 건너가/결의를 가지고 돌아왔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40여년동안 일제의 온갖 간섭과 탄압을 경험했다. 그래도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그 파도의 높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희망을 가지고 일본에 건너가 결의를 가지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그 파도를 넘지 못하고 때로는 현해탄에 빠져서 친일파가 된 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그들이 우리내부의 적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1945년 8월 이후 일제시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갔다. 건너간 이유는 일제시대나 큰 차이가 없으리라. 그들은 미국의 경제를 공부하고 정치를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하고 문학을 공부하고 의학을 공부하고 공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태평양의 파도를 넘어서 돌아왔는가. 아니 그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태평양을 넘어야 한다는 결의를 가지고 있었을까. 오히려 우리는 그들 가운데 태평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들을 진정한 지식인으로 착각하지는 않았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온갖 혜택을 다 주었다. 전국의 대학들은 그들에게 먼저 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전국의 연구소들도 그들에게 먼저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얼마나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알고 미국을 넘어설 수 있는 방안을 고뇌해 보았을까.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의 도탄으로 미국의 온갖 간섭을 받고 있다. 이때 미국을 공부한 사람들이 미국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들의 목소리로 이 파도를 넘을 수 있는 어떠한 대안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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