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정숙씨가 새 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문학과 지성사 펴냄)를 냈다.황씨의 이번 네번째 시집은 '싱싱하고 자유롭고 열이 활활 나는 진짜 삶'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자기 존재와 삶에 대한 부정의 변증법을 보여준다.
'여기, 변변히 젊어본 적 없는 자/고이 늙지 못'한 시인이 있다. 시인이 거울을 본다. 거기에는 '생각도 감각도 없이/바라보는 것을 시들게 하는' '흉한 눈, 죽은 눈'이 있고 '어둠 속에서/어둠보다 더 캄캄한 얼굴'이 있다.
그러나 거울을 보면서 시인이 절망하는 것은 '멍청하고 삐뚜름한' 자기 모습때문만은 아니다. '어쩌겠니, 내가/어제 오늘 못생겨진 것도 아니고…/항상 이렇게 생겼었다는 것이' 오히려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이 못견디겠는 것은 '타락한 영혼과 순수한 현실의 대립', '고통만스럽고 진실은 없'는삶, 반찬 국물로 얼룩져 있는 신문지와도 같이 '비천한 삶', '고단하지 않으면 구차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아아아, 니!아니다!/이건 삶이 아니야'라고 시인은 '허위인 삶'에 대해 힘껏 도리질을 해본다. 그리고 시인은 '날것들'을 향해 '열이 활활 나는 삶의 손바닥으로/나를 후려쳐다오'하며외친다. 그리고 '언젠가 진짜 죽음이 내게로 올 때/그는 내게서 조금도 신선함을 맛보지 못할'만큼 '가짜 죽음'으로 집적거려진 시인에게로 '진짜, 삶이 온다면!/모든 가짜/죽음, 가짜삶의 짓무른 흔적들/말갛게 씻기리라' 기원해본다.
이같은 자기부정을 거쳐 시인이 도달한 세계는 어떤 곳일까.
그 세계는 '날것들', '나뭇가지를 샅샅이 훑고 다니는 바람', 혹은 '날개 달린 빗방울'의 세계이지만 무엇보다도 싱싱한 생명력이 넘치는 '양생'의 세계이다.
'구름을 터뜨리고 햇빛이/과즙처럼 튄다/나무들이 일제히 치이익!/산소를 뿜어댈때/싱싱하고건장한 나무들/활씬 두 팔을 벌리고/껴안자꾸나/쿵!쿵!쿵!/나무의 심장을 지나/수액의 맥을따라/뿌리에 뿌리를 내리고/그리고 우듬지로 치솟아/오, 저처럼!/상쾌히 상체를 젖히고 머리를 흔들어보자꾸나!'
서울 출신인 황씨는 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슬픔이 나를 깨운다'등의 시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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