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묵묵하게 자신을 추스리며, 가야할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든든하고 믿음직하다. 자신을 드러내고 명예 얻기를 포기하고 심신장애나 물질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받아들이는 길을 가는 사람의 향기는 멀리까지 날아온다.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 자리잡은 주민밀착형 문화공간 날뫼터 지킴이 남은경씨와 남편 유창렬씨(동서식품 영업사원)도 산업화 와중에서 소외된 도심속의 낙도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참 좋은 향기를 내뿜는 젊은이들이다.
아내 남씨가 날뫼터에 발을 들여놓은지 올해로 9년째. 대구지역 기독대학생들이 봉사하는삶을 살기위해 지난 90년부터 날뫼터를 결성, 지역주민사업을 펼치기 시작한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대생때 시작한 지역주민사업을 대학졸업하고 결혼하고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주의 대학생들이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자 주민들은 경계의 눈빛부터 보냈다."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데, 거 툭하면 데모하고 동네 시끄럽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앞세웠어요. 그러나 저희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 한가지뿐이었어요. 돈 많이 벌어 남부럽지 않게 물질적으로 잘 살기보다 제대로 된 교육, 제대로된 지역공동체를 형성해서 나누는 삶, 사람사는 낙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어요"
초등학생.청소년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주민도서실을 꾸리며 날뫼터는 차츰차츰 날뫼주민 곁으로 다가갔다.
기자가 날뫼터를 찾던 날, 주민들은 "아 공부방요" "도서실 말이죠"라면서 날뫼터로 앞장서갔다. 그만큼 주민들과 가까워진 것이다.
그러면서 날뫼터의 이용회원(주민), 후원회원(봉사자.일꾼)들도 늘어났다. 후원회원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어린이.청소년 공부방에서 열린 교육을 펴고, 월급을 나눠 후원금을 낸다.창립회원이며 날뫼터 회장을 맡고 있는 박명호씨(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는 아내 이지양씨(마산YWCA간사)와 함께 매달 25만원씩 보내오고, 직장인 봉사자 40명이 한달에 5만원씩비산동 주민을 위해 자발적으로 내놓고 있다. 경북대 의대 봉사팀 한뿌리공동체도 매월 무료진료와 함께 후원금(40만원)을 보낸다.
남편 유창렬씨도 이곳에서 만났다. 새벗도서관 독서클럽을 맡고 있는 유씨는 날뫼터 공부방에서 봉사하기 시작, 일주일에 세번씩 도서실 일꾼으로 활동한다.
"한동안 돈을 벌어 이곳을 떠났던 주민들이 IMF가 오면서 일거리를 잃고 U턴, 다시 빈민으로 전락될 위기를 맞고 있다"는 유씨는 날뫼터와 같은 주민밀착형 공동체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적인 즐거움은 굉장하다"는 유창렬.남은경 부부는 힘든 주민을 위해뿌린 희망의 씨앗 하나가 무성한 잎을 드리울 때가 되었다며 오늘도 날뫼터(555-5174)와 함께 고단한 하루를 접는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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