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실업대책 "장님 코끼리 만지기"

정부의 실업대책이 남성 실직자 위주라는 비판이 일면서 여성실업 대책이 속속 선보이고 있으나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실직여성가장이 8만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만 있을뿐 여성실업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실업문제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최근 대구지역에서는 대구여성회(421-6758)와 함께하는 주부모임(425-7701)이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연대, 실직여성가장을 위한 긴급구호자금(일년 쌀값 50만원)을 지원했고, 제2단계 공공근로사업(9월~12월)에 투입될 저소득아동생활지도보조교사(여성만)를 모집하고 있으며, 대구YWCA일하는 여성의 집(943-9091)에서 여성실업자를 위한 쉼터를 마련한게 고작이었다.실직여성가장을 위한 긴급구호자금의 경우 접수창구 개설 1시간만에 지원한도를 초과, 수많은 이들이 발길을 되돌려야했다.

비영리민간공부방, 종합사회복지관, 방과후 보육전담시설, 모자보호시설 등에서 근무할 저소득아동생활지도보조교사(보수 월 50만원)의 경우 모집 인원이 겨우 30명에 불과, 전문대졸이상 학력을 소지한 실직여성(주부 포함)의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현재 여성실업자 숫자는 46만명이고, 이 가운데 여성실직 가장은 20만명을 넘는다. 여성가장들은 처음부터 가장이었던 사람, 남편의 실직으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든 사람 등 다양하다. 전적으로 생계 책임자인 여성가장들이 계속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머지않아 이들 가족은 길바닥 신세를 져야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된다.

왕인순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실직 여성가장들의 생계 고통이 극한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말했으며 김태홍한국여성개발원 책임연구원은 "여성가구주 실직자를 위한 정부의특별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여성실직가장의 재취업률은 겨우 1.4%로 남성실직자 재취업률 17.8%(노동부 자료)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실직여성의 대부분이 재취업에 실패하는 것은 정부의 구멍난 실업대책도 한몫한다. 여성근로자의 77.9%가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있는데도 실업기금은 고용보험 적용대상 사업장의 실직자에 한해서 적용돼 대부분 여성실직자들이 실업기금의 혜택권 밖에 놓여있다. 고용보험제도가 실직자 전체를 아우러도록 개선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실직여성가장들은 실업기금을 대출받으려해도 보증인을 따로 세워야하는 등 어려운 점이많다"는 김영순 대구여성회 사무국장은 여성실업 실태조사와 현실성있는 재취업 프로그램이가동돼야한다고 강조했다. 〈崔美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