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쁜날 이웃사랑…이런사람 돕습니다

새벽3시. 종희(15·여·중3·가명), 종태(12·초교6·가명) 남매가 잠에서 깨는 시각이다. 여름방학과 동시에 시작한 새벽 신문배달. 다리 아프고 힘들어서 싫다는 종태를 앞세우고 종희는 매일 캄캄한 골목길을 뛴다. 한달 뒤면 8만4천원이란 '거금'을 생활비에 보탤 수 있다.

소년소녀가장. 그러나 남매의 얼굴엔 그늘이 없다. 지난해 10월 빚독촉에 시달리던 홀어머니가 집을 나갔을때 '조금' 울었을 뿐. 어른스런 종태도 더이상 '엄마가 보고싶다'며 누나에게보채지 않는다. 당장 살아남는 일이 더 급했다. 종희가 먼저 학교저금통장을 깼다. 남매가함께 광고전단 5백장을 돌려 일당 4천원을 벌었다. 고마운 친구들이 김치며 밑반찬을 퍼다줬다.

근근이 버텨온 9개월. "지금은 힘들지만 먼 훗날 돌이켜보면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앳된 종희의 입술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어른스러운 말들. 구김살 없는남매의 모습이 주변 사람들을 오히려 가슴아프게 한다.

텔레비전 위에 놓인 엄마 사진, 세탁기 사용법을 적어 둔 메모지··. 여기저기 널려있는 엄마의 흔적들. 입맛 까다로운 종태에게 밥을 챙겨주는 것도, 신문배달이 끝난 뒤 다시 잠드는종태를 위해 자명종을 맞춰주는 것도 이젠 종희의 몫. 그러나 어른스러운 두 아이가 감당하기에도 세상살이는 너무 벅찬 것이다. 6개월치 밀린 아파트 관리비와 임대료, 도시가스와전화도 끊기기 직전이지만 학용품 살 돈은 빠듯하기만 하다. 지금 생활하는데 제일 필요한게 뭐냐는 질문에 종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엄마'라고.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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