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신비에 접근하던 전 세계 과학자들은 지난달 24일 이후 악몽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태양과 태양권을 관측하는 무인 인공위성 SOHO(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의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SOHO의 역할은 단지 태양의 신비를 밝히는것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면에서 막중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이 태양표면에서 언제 발생할지 모를 갑작스런 대규모 폭발을예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태양표면의 폭발은 높은 에너지 입자들을 방출하기 때문에 통신위성을 교란시키고 우주공간에서 작업중인 우주비행사들에게 방사능을 쏟아부으며 지상의 송전선 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상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SOHO는 또 태양표면으로부터 쏟아져나오는 입자들의 방출선을 시각화, 전기생산 업체들이 매년 3천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자들에게는 태양에도 지진이 발생하며 흑점 아래에 가스형태의 분자들이 강처럼 흐른다는 사실 등 태양의 역동적인 활동에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줬다.
SOHO는 유럽우주기구(ESA:European Space Agency)와 미 항공우주국(NASA:National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이 태양관측을 위해 지난 95년12월 공동으로 띄워올렸다. SOHO 우주선은 유럽기술진에 의해 제작됐으며 발사와 임무수행은 NASA에 맡겨져지금까지 미국 메릴랜드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조종돼왔다.
12개의 탐사기구를 싣고 지난 2년반동안 충실히 임무를 수행해온 12억달러짜리 인공위성의갑작스런 실종 원인에 대해 ESA와 NASA의 사고조사단은 일단 세가지 정도로 분석하고있다.
첫번째는 태양이 갑작스레 비정상적인 활동을 개시할 경우 수행하도록 사전 프로그램된 명령체계인 ESR(Emergency Solar Reacquisition)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또다른 원인은 위성에 탑재된 세개의 자전조절기 가운데 하나가 정보를 잘못 판독해 ESR모드를 작동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SOHO에 예상치못한 측정치가 감지되자 지상의 통제센터에서 보낸 명령이 결국자전조절기의 작동을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SOHO는 태양전지판의 모서리쪽을 태양으로 향한채 돌고 있어 동력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 조사단의 결론이다.
그러나 SOHO는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데다 자체 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전지판 또한 태양쪽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단은 태양전지판이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점차 증가해 오는 9월하순쯤 최고조에 달할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이때 위성과의 연락이 재개될 가능성이 가장 커지고 새로운 동력을얻어 다시 회수할 수 있는 희망도 생긴다.
일부 과학자들은 과거 ESA가 독자적으로 쏘아올렸던 탐사선 올림푸스의 경험을 들어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올림푸스는 지난91년 제위치를 잃으며 전지와 연료가 얼어붙어동력공급이 끊어지는 유사한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사고 한달만에 통신이 재개됐고 전지와추진연료도 서서히 녹아 3개월뒤에는 완전한 기능을 되찾았다.
그러나 만약 SOHO의 회수가 불가능할 경우 3년뒤에 벌어질 태양의 최고활동 모습을 관측할 수 없다는 사실은 태양연구가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11년주기로 활동하는태양은 3년뒤 활동이 최고조에 달한다. 만약 SOHO가 없다면 태양의 신비를 한꺼풀 더 벗겨보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는 11년뒤로 밀려야 하는 셈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조만간 SOHO를 대신할 위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자금지원만 이뤄진다면 3년내에 새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으므로 11년의 기다림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조사단은 가능한 빨리 SOHO를 회수하기 위해 NASA의 통신네트워크를 통해 하루 12시간씩 위성으로 명령을 쏘아보내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태양의 신비에접근하고 싶어하는 세계 과학자들은 벌써 한달 가까이 '한여름밤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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