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간략히 소개한 바 있지만 두바이는 내수를 위한 수입이 아니라 홍콩처럼 재수출을 위한 수입시장이다. 두바이를 포함,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의 전체 인구는 97년말 현재 2백40만명. 더욱이 UAE국적을 가진 순수 UAE인은 약 32%인 77만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백60여만명은 '에미리트 드림(Emirates Dream)'을 품고 인도·파키스탄·필리핀 등지서 달러벌이에 나선 외국인 노동력이다. 국방도 이웃 예멘인 용병들에게 맡기고 있다.따라서 UAE 내수시장 규모로 미뤄볼 때 두바이를 거치는 물동량은 대부분 재수출된다고봐야한다. 두바이와 교역하는 나라들이 추정하는 재수출 물량은 전체 수입 물량의 80%. 그런데도 두바이 당국은 재수출 물량은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KOTRA 두바이무역관은 이에 대해 "지난96년 두바이의 공식 재수출 규모는 44억4백50만달러지만 밀무역 규모가 커 실제 재수출 실적은 공식통계의 몇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두바이 직물시장 역시 자체 소비물량은 극소량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96년 두바이 섬유·의류시장의 수입규모는 30억5백만달러. 한국은 최대 섬유·의류수출국으로 96년 7억4천7백만달러 어치를 두바이에 수출했다. 한국에 이어 중국은 4억6천1백만달러, 인도는 3억8천1백만달러 어치의 섬유·의류를 두바이 시장에 팔았다. 특히 인도산 섬유제품의 두바이시장 점유율이 상승세를 타고있는 점은 주목된다. 두바이 직물 재수출시장은 전세계 1백61개국이나된다. 사우디 아라비아·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터키 등 중동 및 중동 인근 국가와인도 등 서남아·동유럽·CIS제국·동아프리카 등이 두바이 교역국으로 동남아와 서유럽,미국, 중남미를 제외한 전세계에 걸쳐있다. 따라서 홍콩과 함께 두바이 직물시장 동향을 제대로 알아야 섬유수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지난6월말 동국무역 고위간부들이 두바이에서유럽과 중동지역 지사장 회의를 열고 수출타개책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바이 직물 재수출 시장의 상황은 어떤가. 터키와 이란, 이라크를 상대로 한 두바이의 직물 재수출은 밀무역의 비중이 크다. 터키는 쿼터를 할당, 각국의 직물수출을 규제하고 있고 이란, 이라크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있다. 그래서 공식적인 수출경로를 밟는 무역은 어렵다. 재미있는 것은 분리독립을 추진, 터키와 이라크로부터 핍박을 받고있는 쿠르드족이 터키와 이라크의 밀무역을 맡고있다는 점이다. 쿠르드족은 시리아·이라크·터키 국경부근에 모여살다 지금은 각국으로 흩어져 있다. 때문에 이산가족끼리 밀무역을 중개할 수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독립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밀무역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두바이 재수출시장의 특징은 밀무역과 함께 주변 국가들의 정치·경제사정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란 점이다. 지역 섬유수출업체들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오는 9월경 풀릴 것이란 소문에 고무돼있다.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이란이 국내 상인들에 대한 수입면허 제한을 완화하면 두바이 물동량의 10%는 늘 것이라고 보고있는 것.하지만 이란·이라크 시장이 열리더라도 수입물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관측도 만만치 않다. 두바이 공항서 만난 이란의 교포 무역상 우창훈씨는 "원유가가 바닥인데다 이란·이라크 전쟁이후 양국의 인구가 2천만명이나 불어 생필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있는 처지"라며 "시장은 크지만 구매력은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프카니스탄은 지진과 이란의 국경 봉쇄조치로,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실험을 이유로 경제제재를받고있어 두바이의 재수출이 여의치 않다. 또 러시아를 비롯한 CIS국가들과 동구권은 외환난을 겪고있는 등 현재 두바이 재수출 시장의 전반적 여건은 좋다고 볼 수 없다.이와 함께 두바이 재수출 시장은 저가품 시장인데다 다품종 소량주문이 많다. 지역 섬유업체들이 두바이 보다 홍콩시장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OTRA 두바이무역관의 김영철 관장은 "홍콩의 경우 5만~10만 야드씩 대량 주문하는 반면 두바이는 1만야드를 주문하면서도 10여가지 색상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바이 주변국 상황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이처럼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지역 섬유업체들이 해외시장 정보에 너무 어둡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역 섬유업체들은 지금까지그저 만들어 놓으면 팔리겠지 하는 '주먹구구식 경영'을 해왔다. 시장 수요에 맞춘 '예측 경영'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남이 만들어 잘팔린다 싶으면 우르르 뒤따라가 시장을 망쳐놓았다. 스펀덱스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너무 많은 업체가 스펀덱스 생산에 뛰어들어 몇년은팔 수 있는 이 제품의 수명이 단축됐을 뿐 아니라 수출단가도 폭락했다. 때문에 '세계적 화섬직물 산지'의 대량 공급자라는 우월적 지위에서 상담할 수 있는데도 바이어들의 농간에놀아나기 일쑤였다. 또 비수기가 되면 덤핑을 반복해왔다. 애써 수출해봤자 이익은 고스란히바이어들의 몫으로 넘어가 결국 국부(國富)만 축내고 있는 셈이다. 이동헌 동국무역 두바이지사장은 이와 관련 "KOTRA직원의 경우 3년마다 교체되는데다 섬유수출업체도 중동지역전문가가 없다"며 "판로가 문제인 만큼 해외마케팅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두바이시장 여건에 맞춘 신제품 개발도 지역 섬유수출업체의 과제. 한국인 직물에이전트인 리오 트레이딩의 신동철 사장은 "두바이 재수출 시장중에는 추운 나라가 많아 후지(厚紙)를 개발해야 한다"며 "그래야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뉜 섬유수출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사장은 이어 "후지제품에 강점을 지닌 대만업체들을 능가하려면 투자를 해야하는데 IMF관리체제하에서 대구업체들이 투자여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두바이의 지역 섬유수출 관계자들은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대구사람들의 수출행태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이급격히 위축된 뒤 두바이와 멕시코·브라질 시장으로 한국업체들은 밀물처럼 밀려들어갔다.그러나 우리 업체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곧 '썰물'을 맞을 전망이다. 쿼터 시장인 터키시장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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