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암퇘지 족발 맛내기 무더위속 비지땀"

돼지족발 하나로 IMF를 헤쳐나가는 기업이 있다. 대구시 북구 침산1동 3공단 한 귀퉁이에자리잡은 제일식품. 족발 하나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를 만들어보겠다며 사장 김판열씨(38.)와 직원 15명이 무더위 속에 가마솥 앞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곳이다.

2백평 남짓한 2층 가공공장에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공장 한 가운데는온갖 양념을 버무린 족발을 삶아내는 가마솥이 자리잡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삶아낸 족발을건조시키는 대형 선풍기와 건조대가 있다. 반대쪽 별실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마지막 포장에 앞서 가공된 족발을 알맞은 크기로 썰어내고 있다.

'제일왕진족'이란 브랜드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편의점업계에선 상당히 유명하다. 대구지역 뿐 아니라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지의 편의점 곳곳에 제일왕진족은 퍼져있다.체인점도 지역에 2곳이 있지만 아직 추가로 모집할 계획은 없다. 지난해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매출액이 IMF 한파로 주춤한데다 기존 체인점의 영업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대충 가맹비 받아서 챙길 생각이면 체인점 모집에 적극 나설수도 있지요. 하지만 지금 사업을 시작하면 어려운 고비를 만날 것이 뻔히 보이는데 체인점하라고 권유할 수는 없잖습니까. 문의는 제법 들어오지만 가능하면 가을이 지나서 체인점을 10여곳 이상 동시에 열 수있을때 본격적으로 체인점 사업을 할 생각입니다"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김 사장의 족발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도축장에서 암퇘지 족발만을 고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계피, 감초, 정향 등 14가지 한약재를 넣은 양념소스는 제일식품만의 가공 비법. 맛에서는 결코 뒤질 수 없다는 자존심 덕분에 치열한 경쟁을뚫고 편의점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 그 보답이 있을 걸로 믿습니다. 여름철 비수기가 고비인데 현재로선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말을 마친 김 사장은 양념이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다시 공장으로 향한다. 〈金秀用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