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통신-프랑스의 여름휴가

여름휴가를 떠나기 위한 이곳 유럽인들의 차량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유럽 고속도로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더욱 심했다. 7월과 8월이 교차되는 프랑스의 주말은 아예 전통적으로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럽전체를 보면 같은 해의 여름휴가라도 시간적으로 넓게 분포되어 이루어지고 있다.초등학교의 방학을 기준으로 하면 스위스의 경우는 8월 첫주가 대부분 여름휴가의 막바지에해당되지만, 독일의 경우는 지역에 따라 시작인 경우도 많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80%가 8월 첫주에 집중적으로 휴가를 떠나고 있으며 그것도 대부분이자국내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 점이 인근 서유럽국들과는 뚜렷이 구분되고 있다. 이를테면가장 보수적인 휴가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8월이 되면 파리나 리용 마르세유 등지에서는 수많은 인파들이 휴가를 즐기려고 빠져나가고있지만 목적지는 인근 타국이 아니라 바로 그네 자국의 농촌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같은 프랑스인들에 대해 그들은 휴가철을 이용해 자신들을 재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신을 재발견하려면 우선 자신의 뿌리를 찾아야 하는데 프랑스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을 농촌지역 농민의 아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 유럽은 산업혁명의 요람이긴 하지만 농업에 대한 인식은 어느 경제권보다 각별하다.독일을 비롯해 네덜란드나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비교적 협소한 농지를 최대로 이용하려는이들 국가와는 달리 프랑스는 좋은 자연조건과 비옥한 토지를 무기로 농업을 영위한 전통적인 농업국의 하나다. 화폐통합등 굵직한 경제현안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유럽연합의 공동농업정책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농촌을 지키겠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은 주지의사실이다.

영국과 독일에 비해선 늦은 1945년에서 1975년 사이 30년 동안에 프랑스는 비교적 완전한선진공업국으로 안착했는데 이 때에도 많은 프랑스인들이 '이게 진정한 프랑스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로 농촌과 토지에 대한 애착이 강한 나라가 프랑스다.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랑스인들의 휴가가 흙냄새를 맡으며 자기를 재충전시키는 고향 순례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 일부 프랑스 국수주의자들은 '황금의 8월'이라고 치켜세운다. 8월의 휴가가 프랑스를 재결집시키는 동인(動因)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독일과 스위스 일부에서는 이러한 프랑스인들의 휴가행보를 두고 습관의 굴레를 벗어나지못하는 '이상한 군중심리'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주머니 사정이 극도로 엷어진 우리들의 여름휴가도 프랑스인처럼 자기발견과 재충전의 기회로 이용한다면 차라리 그 어느때보다 효용있는 휴가가 되지 않을는지…. 〈파리·김부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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