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발족했을 때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잘 될 수 있을 것으로는 단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통일논의를 비롯한 통일관련행사가 우리 내부의 의견조율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대가 북한이라는 점에 기대반(半) 우려반(半)의 심정으로 지켜봐온 것이다.
매년 8·15가 되면 북한은 조국광복의 큰뜻을 함께 축하하자는 공세를 취해왔고, 우리측은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 이들의 제의를 거절해왔다.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 돼온 이같은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며 냉전논리의 연장이라고 판단한 현 정부는 8·15기념 통일축전을 아예 민간단체에 맡기는 대범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부의 진일보한 대북정책에 따라 50여 민간 통일관련단체들이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하나의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기에 이른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우리측의개방적 자세는 북한이 오랜기간 요구해온 바와 같다. 통일논의는 각 사회단체·정당을 망라한 협의체에서 다뤄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일면 부합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처음부터 범민련과 한총련을 참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 단체들은 이미 사법부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 돼 우리측의 민간단체대표의 일원으로 참여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북쪽은 이들 단체의 참여를 고집해 온 이유는 남쪽 당국을 무력화(無力化)시킬 의도라고 볼수밖에 없다.
민화협은 행사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한 바 있으나 북쪽은 계속 거절해 온 이유도 한총련등 불법단체 배제에 대한 반발때문이었다. 그래서 민화협내 특별기구인 '남측추진본부'가 한총련대표를 포함하면서 북측에 실무협의를 제의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민화협내에는 진보세력도 포함돼 있으므로 이같은 돌출행동을 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측의 지리멸렬상을 그대로 노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북이 노리고 있는 점도 정부와 민간의 이간, 또 민간단체내부의 갈등조장이라고 보면 지나칠까.
민화협 내부에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분위기가 있다면 잘못이다. 우리는 엄연히 민간대표가 있지만, 북에는 체제상 '민간'이란 없다고 봐야한다. 당과 북한지도부의 노선과 지시를따르는 위장된 '민간'이 있을뿐이다. 결국 8·15는 며칠 남지 않았으므로 남북공동개최 축전은 물건너 간 것 같다. 처음부터 조급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남북관계·통일문제는 이상론만 가지고는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면 다행이다. 8·15, 기쁜날 올해도 남·북따로따로의 경축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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