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지리산 참사로 수색 작업이 한창인 그 현장에 또 야영을 하겠다고 천막을 치는 TV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도대체 피서가 무엇이길래 야영이 금지된 지역에 법규를 어겨가면서 굳이 천막을 치겠다는지, 더구나 희생자 유족들의 곡성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 그 곳에 자리를 펴는 그 이기심에기자는 몸서리를 쳤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도 비슷한 느낌으로 혀를 찼을 것이다.
환란(換亂)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한편에선 '이대로'족들이 호사스럽게 흥청거리고 있고 끝간데 없이 잇따르는 부정부패하며….
이런 터무니 없는 몰골로서야 "환란인들 왜 안 닥칠까"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국난기일수록 힘을 합치고 마음을 모아야 살아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이기적이고 지리멸렬한 모습으로서야 영원히 좌절 할 수밖에 없단 말인가.의외로 의문은 간단하게 풀렸다.
최근 줄을 잇는 수재민 돕기 대행진이 그것이다.
---수해성금 "뭉클"
TV3사의 바로미터는 이미 1백억원을 육박했고 그처럼 각박해 보이던 그들이 신문사와 방송국으로 달려와 장사진을 치고 있는 장면-이게 바로 해답이라 나는 믿는다.
한 계좌에 천원을 성금으로 내는 터수라면 뻔한 사정일텐데 이 어려운 시기에 나보다 이웃을 걱정하며 연인원 1천만명 가까운 사람이 한 마음이 되어 동참하고 있는것이다.혹독한 IMF의 시련속에서도 우리에겐 한 덩어리로 뭉칠 힘이 있고 더 어려운 이웃을 걱정하는 여유가 있다니 저절로 힘이 솟는다.
---어려울수록 뭉쳐야
이처럼 이웃을 아끼고 나라를 걱정하는 백성이 숱하게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다시 못 일어설리 없고 한때나마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의아했던 나 자신이 송구스런 생각조차 든다.우리 국민은 위기때마다 더욱 분연히 일어섰음을 지난 역사가 말하고 있거니와 이번에도 줄을 잇는 수재민 성금 대열에서 우리는 그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수 있는 것이다.영광스런 역사는 결국 이처럼 위기앞에 의연하게 뭉쳐서 한 덩어리가 되는 위대한 민중에의해 씌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훌륭한 지도자일수록 이러한 역사의 본질을 이해하기때문에 항상 민심이 이반(離反)할까 두려워 하며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법이다.결국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이 비극도 따져보면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갖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보아 마땅하다. 나라가 이꼴인데도 반년이상 국회문을 닫아 걸고 정쟁이나 일삼고이권 상임위로 알려진 건교위나 재경위에 박이 터지라고 몰려드는 그 철면피한 자세에서 이미 IMF의 싹은 트기 시작한 것이다.
---지도계층 반성 절실
우리의 지도계층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챙길 것다 챙기면서 한편으로는 나라 잘 다스렸다는 명예를 동시에 추구한다. 그래서 제 자식은 군대에 안보내면서도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도맡아 놓고 걱정하는 이중성을 보인다.수십억원을 뇌물로 받고도 큰 정치를 위해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을 받았을뿐이라 시치미 떼니 이래서야 백성이 따를리 만무인 것이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이처럼 파렴치한 모습으로 우왕좌왕하니 나라 전체가 뒤죽박죽 갈피를 잡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 땅은 지금 진실로 민족의 구심점이 돼서 다시 한번 신바람을 불어넣을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다.
천년전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군 선봉장 품일장군은 16세 아들 관창을 적진에 투입, 산화시킴으로써 승기를 잡았다. 또 신라최고의 석학이자 왕의 부마격이었던 고귀한 신분의 원효는염불 외우고 목탁 치며 민중속으로 파고들어 나라를 하나로 단합시켰다.
이것이 바로 가장 약했던 신라를 통일의 주역으로 승화시킨 힘인 것이다.
6·25때 UN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외아들이 한국전에 참전, 전사한 것도 같은 얘기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지도자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지배계층의 도덕적 의무)의 정신인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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